공매도 '기울어진 운동장' 손본다 … 기관·개인 차별 해소후 재개
대차·대주 거래 통합하고
주문전 차입 여부 전산화
불법 공매도에 '무관용 원칙'
실시간 차단 시스템 만들고
부당이득 시 처벌강화 예고
과거 금융위기·코로나 같은
큰 충격 없는데 금지 '논란'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내년 상반기까지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안이 6일부터 전격 시행됨에 따라 제도 개선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현재 공매도 제도는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에 비해 개인 투자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이 적용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BNP파리바와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실제 불법 공매도를 장기간 지속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는 동안 개선될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기관 및 외국인과 국내 개인투자자 사이에 존재하던 차등 대우를 해소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대차거래와 대주거래로 나뉘어 있던 것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외국계 기관, 국내 기관과 개인들이 모두 같은 조건에 따라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하도록 한다는 이야기다. 현재는 기관이나 외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차거래(loan transaction)와 개인들이 주로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리는 대주거래(stock loan)로 나뉘어 있다. 물론 전문 투자자인 경우 대차거래가 가능하지만 최근 한 달(10월 3일~11월 3일)간 내국인 개인이 대차거래에서 차입자로 참여한 비중은 0.39%에 불과하다.
대차거래는 증권사가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에 주식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가 자사 고객을 통해 빌려줄 주식을 조달할 수 없을 때는 한국예탁결제원 또는 한국증권금융에서 주식을 빌리게 된다. 자본시장법에 따른 전문 투자자들도 주식을 대차할 수 있다. 대차거래의 차입 기간은 사실상 제한이 없다.
실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올해 90일 이상 공매도 목적으로 주식을 빌린 곳이 전체 기관투자자(85개) 중 72곳(85%)에 달했다.
대차 종목은 공매도가 허용된 350개 전 종목이었다. 지난 11일 국감에서 당국 예측을 뛰어넘는 이 수치가 공개되자,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회원 또는 증권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신용으로 차입하는 대주거래를 주로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증권사가 개인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종목이 거의 없고 가능한 종목도 빌려주는 수량의 제한이 많아서 실제 개인이 주식을 빌리기는 극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담보 비율이나 주식 대여 기간 등에서 개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신용도나 자금 여력에 따른 차등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나오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은행도 신용도가 높고 담보가 확실한 경우 금리를 낮게 해서 돈을 빌려주는데, 이와 같은 차등까지 없애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음은 전산화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공매도 주문을 받을 때는 주문자가 실제 주식을 미리 빌린 뒤 그 한도 내에서 공매도 주문을 넣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거래가 발생한 지 2일 뒤 청산결제가 이뤄질 때 미리 빌린 주식과 공매도 주문을 한 수량의 비교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앞으로는 공매도 주문을 받을 때 주문자가 미리 주식을 빌렸는지를 증권사가 확인하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주식을 빌렸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갖춘다는 말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국정감사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거래소 회원사로 들어가 있는 증권사들이 공매도 주문을 넣는 외국계나 기관의 대차 현황에 대해 (전산을 통해) 파악한 다음에 주문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2월 내놓은 '공매도 규제효과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주식 대차거래의 전산화를 촉진하고 궁극적으로는 대차거래 전용 플랫폼에서의 계약 체결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강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과징금 및 과태료를 받고 처분이 종결되는 사안의 경우 불법 공매도를 한 사실과 함께 위반자의 이름(법인인 경우 법인명)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기관을 통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공개를 하지 않는 제도를 유지했다.
앞으로는 부당이득 환수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과징금을 통해 부당이득을 징벌적으로 환수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공매도가 적발될 확률이 낮은 점을 고려해 과징금을 부당이득의 범위를 벗어나 더 크게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야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과징금과 형사처벌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 처벌하겠다"면서 "글로벌 IB의 무차입 공매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자체 시스템 개선을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희석 기자 /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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