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이어 공매도까지…與, 정국 주도권 '풀악셀' 밟는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내년(2024년) 6월까지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전면 중단하는 카드를 꺼냈다. 지난달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김포시 서울 편입 추진' 발언으로 '메가 서울' 이슈가 떠오른지 1주일 만이다. 당 쇄신과 동시에 연이어 정책 이슈를 선점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 잡기에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5일 오후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고위당정)를 열고 공매도 한시 금지 등 대책을 논의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이날 공개로 진행하려 했던 고위당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에 애초 안건이었던 △유보통합 추진현황 △통신비 절감 대책 △새만금 민간 투자 유치 현황 점검 등에 더해 공매도 한시 금지 대책을 깊이 있게 논의할 수 있다는 예상이 제기됐다. 최근 BNP파리바,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수백억 원대 불법 공매도 사실이 적발되자 당정은 개인투자자 피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련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고위당정 결정에 발맞춰 공매도 금지 추진에 힘을 실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최근 대두되고 있는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비롯해 실질적인 불법 공매도 근절 대책이 필요하다"며 "자본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금융당국이 일벌백계해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적발 시 이익환수나 형사처벌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에 "불법 공매도로 인한 피해자(투자자)가 있는데 국회가 그냥 두고 봐서는 안 되기에 '투자자 피해 없는 공매도 제도'를 마련할 때까지 '한시적 중단'을 제안했다"며 "Short(공매도)의 문제를 Long(길게) 끌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여당은 이날 발표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메가 서울'에 이은 거대 이슈로 키워간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불리하다고 판단돼온 수도권과 투자에 관심이 많은 30~50대 세대의 표심을 흔들면서 총선을 앞둔 이슈 주도권을 독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은 5선의 조경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수도권 주민 편익 개선 특별위원회(가칭)'를 출범시키고 김포시 등의 서울 편입 문제 논의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4일 머니투데이 더 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몇 개 도시가 서울에 편입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모든 걸 백지상태에서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선 5, 6개 도시는 합류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다. 전문가들과 과학적으로 분석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복잡한 속내가 감지된다. 여당이 꺼낸 이슈에 호응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반대하면 표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여당에 주도권을 뺏긴 채 끌려다니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머니투데이 the300과 통화에서 "정부가 전반적으로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며 "임시 대응적으로 주식시장 공매도 이슈를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고 정책을 낸다는 건 김포시의 서울 편입과 비슷하다. 정부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공매도는 양면성이 있어 한쪽으로 딱 잘라 금지 또는 허용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정부 발표 내용을 보고 적절하게 반응하겠다"고 했다. 정부 발표에 비판적이지만 명확한 찬반 입장은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메가 서울이 가짜든 진짜든, 국민의힘은 혁신을 가속하면서 국민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하고 있다"며 "반면 민주당은 공천 탈락과 사법 리스크가 두려워 혁신에도 이슈에도 침묵하는 바람에 저만치 국민들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민주당은 전략이 뭔지 모르겠다. 왜 수도권 시민조차 반대하는 서울 확장론에도 침묵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서울 확장'에 '균형발전'으로 맞서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지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활용해 국회 내에서 정국 반전을 꾀하는 분위기다. 당장 오는 9일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인 노란봉투법, 방송3법 개정안 통과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대응에는 '강제 종료' 카드로 맞설 계획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송곳 심사도 벼르고 있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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