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콩쿠르 우승 정규빈 “후배지만 존경하는 임윤찬의 연주에서 많이 배워”
"윤찬이는 정말 후배지만 제가 봐도 너무 존경하는 아티스트에요."
올해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의 우승자 피아니스트 정규빈(26)은 피아노 부문 지난번 대회(2019년) 우승자인 임윤찬(19)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규빈은 임윤찬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선배이지만, 윤이상 콩쿠르에선 임윤찬이 먼저 입상해 그보다 선배 격. 그는 "윤찬 군의 연주에서 정말 많은 걸 배운다"며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안 맞는다"고 겸손히 말했다.
정규빈은 5일 윤이상 콩쿠르 입상자 콘서트 직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줄 몰랐다. 받아서 좋다"고 운을 뗐다. 그는 "콩쿠르는 결과를 알 수 없다"며 "운이 많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규빈은 이날 "사실 콩쿠르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1년에 한 두 번 정도만 콩쿠르에 출전해왔다고 했다. 그 이유는 "청중 앞에서 연주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이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면 너무 많이 떤다"며 "또 콩쿠르에선 경쟁을 해야 하는데, 경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 성향상 무대에서 연주하는 게 아직은 약간 불편해요. 사실 무대에서 연주하는 게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저도 제가 좀 변했으면 좋겠어요."
정규빈은 무대 위가 아닌 방에서 홀로 공부할 때 음악적 기쁨을 느끼는 편이다. 그는 "무대 위에서 연주할 때 보단 혼자 방에서 악보를 보고, 연구하며 피아노를 쳐볼 때가 좋다"고 말했다. 연주 스타일 역시 "악보를 많이 연구한다"며 "작곡가들이 무엇을 원했는지 최대한 표현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규빈은 4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결선 무대에서 이승원이 지휘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함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은 프로코피예프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에 비해 다이내믹한 면이 비교적 덜해 비교적 콩쿠르에서 선호되는 곡은 아니다.
그는 "테크닉을 뽐낼 수 있거나 보다 드라마틱해서 경연에 효과적인 러시아 작품이 많지만, 이 곡은 제가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라 선택했다"며 "내가 좋아하고 표현하고 싶은 음악을 들려드리면 된다고 생각해서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고 말했다.
정규빈은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거쳐 한예종에서 김대진 총장을 사사했다. 2016년 일본 도쿄 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고, 현재 독일 뮌헨 국립 음악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정규빈은 "한예종은 영재원부터 10년 가까이 몸담은 곳"이라며 "아무 것도 몰랐을 때부터 음악적 기초를 다진 곳은 한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에 대해선 "워낙 독일이란 나라와 그곳의 음악을 좋아한다"며 "정말 만족스럽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승인 김대진 총장이 이번 콩쿠르 심사위원장이었던 점과 관련해선 "유학간 뒤 3년이 좀 넘어 처음으로 다시 선생님 앞에서 연주를 하게 된 것"이라며 "내가 음악적으로 발전했을지 신경이 쓰였다"고 말했다.
음악적 포부를 묻는 질문에 정규빈은 ‘진지함’을 강조했다. 그는 "진지하게 음악에 대해서 생각하고, 공부하며 연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베토벤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일단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개 곡을 꼭 제대로 공부하고 싶습니다."
한편 전날 폐막한 윤이상 콩쿠르에선 정규빈에 이어 2위 김송현, 3위 선율, 4위 중국의 자루이 청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3위에 오른 김송현은 유망한 한국인 연주자에게 시상하는 박성용 영재특별상, 관객 투표를 거쳐 선정되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특별상도 받았다.
경남 통영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인 고(故)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2003년 시작한 윤이상 콩쿠르는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가입, 매년 피아노·바이올린·첼로 부문이 번갈아 열린다. 콩쿠르 우승자에겐 3000만 원의 상금과 함께 예술요원 병역특례 혜택이 주어진다.
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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