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휴직 중’ 자문했다던 박민 KBS 사장 후보자, 자문 시작 한 달 후에야 휴직

박민 문화일보 전 논설위원 문화일보 제공

박민 KBS 사장 후보자가 문화일보 논설위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외부 기업의 고문을 맡은 지 한달 뒤쯤 휴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후보자는 그간 자신을 둘러싼 ‘청탁금지법’ 논란과 관련해 휴직 기간 중에 기업 자문 활동을 했다고 주장해왔다.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KBS 인사청문관리단이 국회에 제출한 박 후보자의 문화일보 시절 대외활동허가원과 무급휴직 신청서를 확인한 결과, 대외활동 기간과 무급휴직 기간에 한 달 정도 시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자는 2021년 3개월간 일본계 다국적 아웃소싱 회사인 트랜스코스모스 코리아의 고문을 맡으면서 월 500만원씩 총 15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언론노조 KBS 본부는 지난달 16일 박 후보자가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 후원, 증여 등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공직자 등’에는 언론인도 포함된다.

이정문 의원실에 따르면 박 후보자가 문화일보에 낸 대외활동 허가원에는 2021년 4월21일부터 7월23일까지 트랜스코스모스 코리아에서 비상근 자문을 맡는 내용이 담겼다. 활동 내용은 ‘경영 등 자문’이었다. 하지만 박 후보자가 무급휴직을 신청한 시점은 이미 고문으로 일한 지 약 2주가 지난 같은 해 5월 3일이었다. 휴직 기간은 5월 17일부터 7월 23일까지다. 휴직 사유는 ‘건강 회복 및 휴식’이라고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자가 기존에 해명해 온 것과는 달리 트랜스코스모스 코리아에서 고문으로 일하기 시작한 지 약 한달 이후에야 휴직을 한 것이다.

지난달 4일 KBS 이사회의 사장 면접 속기록을 보면 박 후보자는 “3개월 휴직할 때, 휴직하는 기간, 업무를 하지 않는 기간에 한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문을 했다”라며 “전반적 정세 분석, 기업 이미지와 관련된 자문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7일 KBS 인사청문준비단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도 “박 후보자가 2021년 휴직 기간 중 자문해주고 자문료를 받은 것은 법적, 도덕적으로 정당하다”라며 “박 후보자는 편집국장을 마친 뒤 일시적인 휴식 기간을 갖는 동안 자문 업무를 수행해 해당 회사에 유리한 언론 활동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는 KBS 이사회의 사장 면접을 앞두고 ‘재직 중 기업 고문 업무의 이해충돌 여부’에 대해 “권익위에 유권 해석을 받았다”는 답변서를 제출했다가, 면접에서 일부 이사가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일반 전화 상담을 했다”고 말을 바꾼 바 있다.

이정문 의원은 “박 후보자는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자문 관련 근거자료는 제출하지 않고, ‘문제없다’는 답변만 늘어놓고 있다”며 “후보자가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청문회를 통해서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KBS 인사청문관리단을 통해 “국회에 제출된 개인정보 관련 정보가 유출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다”라는 입장만을 보내왔다. 그동안 박 후보자가 휴직기간 중 자문활동을 했기 때문에 이해충돌 소지가 없다고 주장해 온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