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취점 잃고도 승리 쟁취한 KT…경기 뒤집은 이강철 감독의 ‘승부수’[PO5 승부처]

배재흥 기자 2023. 11. 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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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김민혁이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5회말 2타점 적시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2023.11.5 정지윤 선임기자



선취점을 가져간 팀이 승리를 쟁취한다. KT와 NC가 맞붙은 플레이오프(PO) 1~4차전의 공통점이다. 1~2차전을 이긴 NC, 3~4차전 반격에 성공한 KT 모두 이긴 경기에서는 먼저 점수를 냈다. 그 반대는 곧 패배를 의미했다. 필승 투수들이 총동원되는 단기전 특성상 1점이라도 먼저 뽑는 쪽이 경기의 주도권을 잡기 마련이다. 이강철 KT 감독이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NC와 PO 5차전을 앞두고 “이기려면 선취점을 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이 같은 ‘승리 패턴’을 거스르기 위해서는 ‘승부수’라고 불리는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한국시리즈(KS) 진출권이 걸린 PO 5차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쪽은 NC였다. NC는 2회까지 KT 선발 웨스 벤자민의 공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기회는 뜻밖의 곳에서 찾아왔다. KT 유격수 김상수가 3회초 연이은 2번의 실책으로 잘 던지던 벤자민을 흔들어놨다. 벤자민은 실책 2개로 만들어진 1사 1·2루에서 손아섭에게 안타를 맞았고, NC는 계속된 1사 만루에서 서호철의 희생 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았다. NC는 5회초에도 선두 타자 김형준의 우전 2루타와 손아섭의 적시타로 달아나는 점수까지 냈다.

2점을 빼앗긴 채 경기 중반을 맞은 KT가 조급함을 느낄 수 있던 상황. NC 선발 신민혁에게 꽁꽁 묶였던 KT 타자들이 5회말 기지개를 켰다. 첫 타자 장성우의 우전 2루타에 이어 문상철의 연속 안타가 터졌다. 0-2로 끌려가던 5회말 무사 1·2루. 이 감독은 이때 오윤석 대신 김민혁 대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올 시즌 KT의 리드오프로 활약한 김민혁은 정규 시즌 막판 햄스트링을 다쳐 정상적인 주루 등이 불가능해 선발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KT 손동현이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힘껏 투구하고 있다. 2023.11.5 정지윤 선임기자



김민혁은 침착했다. 그는 1B-2S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볼 2개를 골라 신민혁과의 대결을 풀카운트까지 끌고 간 뒤, 6구째 체인지업을 때려 우익선상 2타점 동점 적시 2루타를 터트렸다. 비교적 일찍 대타 자원을 낸 이 감독의 ‘첫 번째 승부수’가 통한 장면이었다. 이 감독은 투수 교체 타이밍도 빠르게 가져갔다. 이 감독은 5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던 벤자민이 6회초 선두 타자 박건우에게 안타로 출루를 허용하자, 이미 불펜에서 몸을 풀어 놓은 손동현을 즉시 올렸다. 필승조 가동 시점을 1이닝 앞당긴 것인데,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무사 1루에서 마운드를 이어받은 손동현은 권희동의 희생 번트로 1사 2루 득점권 위기에 놓였지만, 제이슨 마틴과 오영수를 중견수 뜬공과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위기를 넘긴 KT는 6회말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아 귀중한 1점을 올려 기어이 경기를 뒤집었다.

7회초에도 등판한 손동현은 ‘멀티이닝’을 무리 없이 소화하며 무실점 호투를 완성했다. 2이닝을 실점 없이 책임져준 손동현 덕에 이 감독의 ‘두 번째 승부수’에도 변수가 사라졌다. 익숙한 8회와 9회 각각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과 김재윤은 조금의 빈틈 없이 PO의 뒷문을 닫고, KS로 가는 문을 열었다.

수원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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