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루비콘강 건너는 이준석 … 부산 찾아온 인요한에 독설
면담 거부하고 영어로 비아냥
尹겨냥 "환자 서울에 있다"
통합 거부하고 창당 기운듯
"개혁보다는 혁명이 쉽다"
내년 與 100석 깨진다 주장도
"경청하러 왔다"던 인위원장
굳은 표정으로 서둘러 떠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준석 전 대표를 끌어안으려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시도가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일 당 지도부는 물론, 중진·친윤계를 향해 "불출마를 하거나 수도권 험지로 가라"고 요구했던 인 위원장이 4일엔 부산까지 찾아가 이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되돌아온 것은 차가운 독설이었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작심했다는 점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인 위원장은 지난 4일 이 전 대표가 부산 경성대에서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를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사전 조율 없이 부산을 찾아 객석 맨 앞자리에 앉았다. 물리적 거리는 몇 m에 불과했으나, 두 사람의 심리적 거리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을 쳐다보며 영어로 "미스터 린턴(Mr. Linton)"이라고 부른 뒤 "여기서 내가 환자인가. 오늘 이 자리에 의사로 왔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가서 그와 이야기하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쏘아붙였다. 이 전 대표는 행사 후 '진짜 환자'가 누구인지를 묻는 기자들에게 "인 위원장이 당에 '쓴 약'을 먹이겠다고 했는데, 서울 강서구청 보궐선거에서 민심이 당이 싫어서 투표를 안 했다고 진단하면 오진"이라고 답했다.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을 지칭한 셈이다.
이 전 대표는 또 인 위원장에게 "언젠가 반드시 당신과 내가 공통된 의견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러나 당신은 오늘 이 자리에 올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무엇을 배웠나. 강서 지역민들과 대화하고자 노력해봤나"라며 "그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모든 해답은 그들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의 언어를 따르고 갈등을 조장하려 하지 않는다면 기꺼이 대화할 의사가 있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자격이 없다"고 인 위원장을 거듭 직격했다.
이 전 대표는 이 모든 이야기를 영어로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정치권에서는 거리 두기의 일환이라는 해석과 함께 인 위원장에게 일부러 모욕감을 안기려고 작심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 전 대표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인요한 박사님한테 영어로 말씀드린 것은 그가 우리의 일원이 됐지만, 현재로서는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발 우리 편에 서 달라. 우리와 같은 언어로 말해 달라. 민주주의의 언어로 말해 달라, 제발"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인 위원장은 웃으며 "경청하러 왔다"고만 답했다. 인 위원장은 행사 후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하려는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오늘은 들으러 왔다. 생각을 정리해 서울에서 이야기할 생각"이라고만 말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자신에게 냉랭한 태도를 보이며 여권에 대한 거센 비판을 이어가는 이 전 대표와 더 이상 대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크 콘서트에서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을 두고 "고쳐 쓸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 같다"며 "이제 엎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근 신당 창당을 시사해 온 그는 "개혁보다 혁명이 쉽다"며 인 위원장에게 "혁명의 일부가 되시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와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국민의힘 내부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보수 절멸을 막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창당 시기의 '마지노선'을 12월로 언급하며 "친윤계를 포함한 현 지도부가 물러나는 상황을 배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친윤 핵심'인 이철규 전 사무총장이 인재영입위원장에 내정되면서 혁신위 활동은 끝났다"며 "혁신위는 '시간 끌기'용이었고 실제로 시간만 끌었다"고 비판했다.
내년 총선 결과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100석 미만으로 질 것"이라며 "김포시의 서울 편입 등으로 국정 전반에 대한 실수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대로 가면 더블 스코어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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