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이기식 병무청장 "병역면탈 우려 6개질환 중점관리···입영 전 마약검사도 의무화"

이현호 기자 2023. 11. 5. 17: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허위 뇌전증' 등 병역비리 원천봉쇄 위해 '통합 조기경보체제' 도입
예술·체육 대체복무 국민 공감대 낮아져···공정·형평성 따져 재검토
인구감소에 현역병 자원 줄어···내년말부터 병역판정검사 기준 완화
이기식 병무청장이 지난 10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병무연수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서울경제]

“최근 사회적으로 마약 문제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에서 입영 대상자 전원에 대한 마약 검사를 확대 실시하는 것은 마약류 오남용 및 사고 예방, 군 복무 관리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기식 병무청장은 5일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입영 전 마약류 투약 등에 대한 검사 의무화’ 관련 병역법 개정안의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현재는 병역판정검사 시 문진표에 마약류 복용 경험을 진술하거나 병역판정검사의사 등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람에 한정해 대마·필로폰 등 5종에 대한 마약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마약사범이 병영 내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청장이 최근 심혈을 기울이는 것 가운데 하나는 병역 면탈 단속 강화 및 처벌을 위한 병역법 개정이다. 브로커가 개입한 허위 뇌전증이라는 신종 기법이 동원된 병역 면탈 사건에 대한 후속 대책이다. 그는 “뇌전증 등을 포함해 병역 면탈이 우려되는 6개 질환을 중점 관리 대상 질환에 추가해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병무청은 병역판정검사 시 판정 방법 기준 구체화 및 정밀 검사 강화를 위해 검사 규칙을 개정하고 있다.

이기식 병무청장이 지난 10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병무연수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병역 면탈 이상 징후 사전 파악 및 수사 활용을 위해 ‘병역 면탈 통합 조기경보체계’도 도입할 방침이다. 이 청장은 “이를 위한 1단계 조치로 올해 말까지 병역 면탈 의심자에 대한 검사 현황, 진료 이력 등 데이터 추적 관리를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병역 면탈 단속 강화 및 처벌을 위해 병역 면탈 조장 정보 게시·유통 금지 및 게시 유통자 처벌 근거를 신설할 계획이다.

이 청장은 제도 도입 이후 50년이 지난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막을 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일부 종목에서 병역 특례 논란이 일었던 것에 대한 후속 차원이다.

그는 “병무청장으로서 아쉬웠던 점은 대다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땀 흘리며 노력한 선수의 스포츠 정신보다 국가대표 선수 중 일부 병역 미이행자 가운데 성적에 따른 병역 특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라며 “예술·체육요원 보충역제도의 경우 최초 제도를 도입할 당시와 비교해 국가 위상과 경제 규모 등이 현격히 높아짐에 따라 국민적 공감대가 많이 낮아진 게 사실이다. 안보 환경과 병역 자원의 전망 그리고 공정성과 형평성 등을 함께 고려해 보충역제도 전반의 큰 틀에서 검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병무청은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병역 거부자의 대체복무제도에 대해서도 살펴볼 방침이다. 2020년 대체역제도가 도입된 후 36개월 복무를 마친 60명이 올 10월 25일 처음으로 소집해제됐다. 이 청장은 “대체역제도 도입 시 복무 기간, 분야, 형태는 병역의무의 형평성, 현역병 사기, 국민 공감대 등을 고려해 결정했지만 제도 도입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복무 기간의 단축, 사회복지, 소방으로 복무 분야 다양화 등의 제도 개선을 권고하고 있다”며 “현재 심리 중인 헌법소원 결정 방향 및 국민적 공감대 등을 감안해 신중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청장은 특히 병역을 성실히 이행한 사람에 대해 국가가 예우하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병무청이 실시하는 ‘병역 명문가 선양 산업’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제도다. 병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역점 사업이다. 그는 “3대에 걸쳐 병역의무를 이행했다는 것은 국가에 대한 큰 헌신”이라며 “이분들을 병역 명문가로 선정해 국민이 이분들을 존경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 분위기 형성은 물론 국립 시설 입장료 할인, 병원 치료비 감면, 은행 우대금리 등 피부에 와닿는 혜택을 줄 수 있다면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기식 병무청장이 지난 10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병무연수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병무청은 예비군의 처우 개선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이 청장의 신념으로, 예비군은 현역과 더불어 국가 안보의 중요한 핵심 축이며 특히 인구 급감에 따른 현역 자원 부족 우려로 예비 전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만큼 예비군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청장은 “예비군에 대한 권익 보장으로 학습권과 이동권·생활권 등 3권 보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훈련에 참여하는 예비군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그 범위를 구체화할 수 있게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병무청은 또 이동권 보장을 위해 예비군 훈련장까지의 여비와 식비·훈련보상비 등을 인상했다. 생활권 보장을 위해서는 취업 준비로 직업훈련 기관에 재학하는 예비군에 대해서는 훈련 연기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병무청은 특히 청년들의 취업과 연계한 병무 행정도 강화할 방침이다. 청년들 다수가 군 복무에 대한 두려움과 병역 이행으로 학업이나 경력이 단절된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게 병무청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병무청에서는 취업 등 향후 진로와 연계한 청년 맞춤 병역 설계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미래 세대 병영 환경 조성 및 장병 정신 전력 강화’ ‘청년에게 교육 등 맞춤형 지원’과 연계된 과제다.

이 청장은 “병역과 본인의 적성·진로를 연계해 군 복무 가능 특기를 설계해주는 동시에 고용노동부 등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 습득을 위한 자격증 취득 및 1대1 취업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며 “병역진로설계지원센터도 전국 8개 지역에 설치했고 2025년까지 매년 2개 지역에 추가로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구인 구직 대표 사이트로 청년들이 많이 활용하는 잡코리아와 업무협약을 맺고 취업맞춤특기병·산업기능요원 등을 위한 전문채용관도 개설했다. 이를 통해 기업별 채용 정보 제공, 이력서 제출 및 입사 지원을 돕고 있다. 앞으로도 청년층의 직업 선호도 등을 반영해 취업 연계성이 높고 소요가 많은 분야의 모집을 늘리는 한편 국방부·고용부 등 관련 부처 및 민간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해 맞춤형 취업 정보 제공, 취업 역량 교육, 우수 기업과의 취업 연계 등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이기식 병무청장이 지난 10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병무연수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병역 자원 확보를 위해 보충역 인원 감축과 함께 이르면 내년 말부터 현역 입영 대상이 되는 병역판정검사 기준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청장은 “병역 자원이 풍부했던 2010년대에 만들어진 현역 기준을 더 낮추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각 군의 의견을 수렴해 새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 청장은 이와 관련한 전제 조건으로 “각 군에서 요구하는 현역병 복무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범위 내에서 신체검사 기준을 조정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모병제, 여성징병제, 복무 기간 연장에 대한 이 청장의 생각은 확고했다. 우선 모병제와 여성징병제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이 청장은 “병역제도 변경 또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는 안보 환경과 경제적 여건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이 있다. 여론 수렴과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라며 “모병제는 입대 인원과 전역 인원을 예측할 수 없어 안정적인 병력 운영이 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제 정세에 따라 모병제를 시행하던 많은 국가들이 다시 징병제로 환원하는 점을 되짚어봐야 한다고 이 청장은 강조했다. 모병제가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 청장은 여성징병제에 대해 “굉장히 큰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젠더 갈등으로 우리 사회에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복무 기간 연장에 대해 이 청장은 “복무 기간 단축은 더 이상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누가 (복무 기간 연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복무 기간 연장은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강도림 기자 dorimi@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