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도 제동건 민주당의 '언론 검열' 법안 [사설]
정정보도 청구 등 조정 신청만 받아도 해당 기사를 인터넷에서 차단하는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인권위는 지난달 30일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할 우려가 있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지난 6월 김승남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언론중재위원회가 정정보도 신청을 받으면 해당 언론 보도 접근을 최장 30일간 차단하는 등 임시조처를 하고 신청인과 해당 보도 게재자에게 이를 즉시 알린다는 내용이 골자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검열과 유사한 효과' '과잉 제한' 등의 표현을 쓰며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시의성 보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언론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방식이라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인권위는 2021년 민주당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였을 때도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인권위가 이번에도 우려를 표명한 것은 개정안이 국민 알 권리와 정보접근권을 제한할 위험이 크다고 본 것이다.
민주당은 개정안 취지로 언론이 사실 확인 없이 작성한 보도로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조정이 신청됐다는 이유만으로 인터넷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명백한 언론 자유 침해다. 언론의 정당한 취재 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고, 정치권 등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언론 보도의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정정보도 청구를 오남용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2021년 악의적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해 물의를 일으켰다. 국내외 언론과 학계의 비판이 쏟아지자 결국 포기했다. 그런데 반성은커녕 또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법안을 들고나왔으니 기가 막힌다. 민주당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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