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바닥 기는 건설기계株 … 주가 1년전 수준으로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2023. 11. 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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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실적 피크아웃 우려에
두산밥캣 등 한달새 20~30%↓
중국 등 亞시장 부진도 영향
"과도한 주가 하락" 시각도

올해 3분기 피크아웃(고점에서 하락 시작)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건설기계 업체 주가가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팬데믹 이후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 공장 신설이 늘어나고 주택 건설과 가정용 기계 수요도 증가하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3분기 실적발표 이후 급격한 가격 조정이 시작됐다. 연초부터 존재했던 피크아웃 우려는 2분기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잠시 묻혔지만 3분기 실적발표에 따라 역성장 전망이 본격적으로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주요 건설기계 회사 주가는 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난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밥캣은 3만9350원을 기록하며 지난달 초보다 18.1% 떨어진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HD현대인프라코어는 28.6%, HD현대건설기계는 31.6% 하락했다.

건설기계주는 팬데믹 이후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와 미국 제조업 리쇼어링 기대로 매출이 증가했다. 여기에 제품가격 인상 효과까지 누리며 올해 2분기에는 역대 최대 영업익을 올렸다.

그러나 고금리가 장기화되고 수주잔액과 딜러사 재고가 줄어들자 본격적인 주가 하락이 시작됐다. 딜러들이 재고를 급하게 채우는 리스토킹(restocking)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오히려 고정비와 인센티브 지출 비용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영업이익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업황에 안도감이 돌았지만 3분기 성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쳐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지난달 25일 장 마감 후 실적을 공개한 HD현대인프라코어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6% 줄어든 1조762억원, 영업이익은 20% 증가한 897억원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컨센서스에 20%나 못 미치고 지난 분기 대비 54% 감소한 영업이익 탓에 지난달 26일 주가는 전일보다 13.6% 내렸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딜러 재고 물량이 부족했지만 하반기에는 평년 수준으로 돌아왔다"면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 내 부진도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날 HD현대건설기계도 전일 대비 14.8% 하락했다. 전망치 대비 27%에 그치는 영업이익 538억원을 기록하면서 어닝쇼크를 낸 여파가 컸다. 임금 인상, 성과급 관련 비용과 경상개발비 등으로 판매가격이 올랐음에도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한 2976억원의 3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한 두산밥캣 역시 프로모션 강화에 따른 판촉비 증가가 이익을 낮췄다.

건설기계주에 대한 피크아웃은 이미 전 세계 건설기계 시가총액 1위인 캐터필러가 지난달 가이던스를 발표하면서 예고된 바 있다. 캐터필러는 전년 동기 대비 42% 늘어난 3분기 영업이익을 공개했지만 발표 당일 주가가 6.4% 떨어졌다. 미국 대선과 재고 수준 정상화에 따라 딜러들의 재고 축적 작업이 마무리되고 중국 시장 회복 역시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실적 추정치를 하향하면서 건설기계 업종에 대한 목표주가를 조정하고 있다. 다만 이미 피크아웃 가능성이 상당 부분 반영된 주가 수준이라고 분석한다.

이익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과도한 주가 하락으로 낮아진 밸류에이션은 향후 주가 반등 모멘텀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국 건설기계 업체 주가수익비율(PER)이 5~6배인 데 반해 캐터필러는 12배, 일본 고마쓰는 9배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HD현대인프라코어가 내년 이익 기준으로 PER 6배에 거래 중인데 해외 선두업체와 벌어진 밸류에이션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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