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메신저 메디TALK] 아이에게 항문 질환 빈번하면 크론병 의심을
◆ 건강메신저 메디TALK ◆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야구선수 한 명이 치핵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출연진은 치핵 수술을 선수의 별명과 연결 지으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줬다. 눈길을 끈 건 치질과 치핵이 다른 개념이라는 사실이 여러 번 강조됐다는 점이다.
치질로 알려진 항문 질환은 치핵, 치열, 치루처럼 항문에 생기는 질환을 통틀어 일컫는다. 성인 10명 중 1~2명에게 발생할 만큼 상당히 흔하다. 아이들에겐 이런 항문 질환이 흔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상황이 심각해질 때까지 인지하지 못한다.
항문 질환 중 하나인 치열은 항문 부위가 찢어진 현상을 말한다. 변비가 있는 아이들이 딱딱한 변을 보다가 치열을 앓는 적이 많다. 지속적인 손상만 없으면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 좋아진다. 주의해야 할 것은 치열이 발생하면 배변 시 통증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것 때문에 아이들이 배변을 거부하면 만성 변비로 진행될 수 있다. 치열로 아이가 배변하는 것을 힘들어한다면 단기간 변비약 복용으로 배변을 수월하게 만드는 것이 만성 변비로 진행되는 일을 막는 방법이다.
직장이 항문 밖으로 튀어나오는 직장탈출증도 아이들에게 자주 발생한다. 직장탈출증은 4세 미만 아이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만성 변비 등으로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주는 습관이 오랜 기간 반복되면 빈발한다. 저절로 들어가거나 손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수준의 가벼운 직장탈출증은 변비와 같은 원인을 해결해주면 수술적 치료 없이 호전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반복되는 때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보통 직장탈출증이 발생할 정도면 심한 만성 변비가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이때는 더 심해지기 전에 빨리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항문 농양이나 치루도 아이들에게 흔히 발생한다. 항문 농양은 항문 주위 조직에 염증이 발생해 고름이 생긴 것이다. 치루는 항문관이나 직장과 항문 주위 피부 사이에 누공이 생긴 상태다. 보통 항문 농양이 낫지 않고 오래돼 치루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항문 질환이 반복되면 크론병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어느 부위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보통 소아 크론병 환아 중 20~40%가 항문 질환을 동반한다. 실제 외래에서 환자를 만나다 보면 복통,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등 크론병 증상은 없는데 항문 질환만 있는 경우에도 막상 검사했을 때 크론병 진단을 받는 사례가 종종 있다. 크론병에 의한 항문 질환이라면 크론병 자체를 치료하지 않고서는 호전되지 않는다. 따라서 항문 질환이 반복되거나 심하다면 소아청소년과에서 크론병 관련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혹시 아이들에게 반복적인 항문 농양이나 치루가 있다면 크론병 같은 만성 질환이 숨어 있지 않은지 꼭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류인혁 교수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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