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남긴 숙제
사외이사 제도는 대주주와 관련 없는 외부 인사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들여 독단 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외이사가 제 기능을 하려면 회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성이 우선순위로 보장돼야 한다. 최근 사외이사의 자격과 역할을 두고 '화물사업부 매각' 여부를 논의했던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격론이 있었다.
대한항공 측에서 기업결합심사를 자문하는 한 대형 로펌 소속 고문으로 8년간 활동한 인사가 지난 3월 아시아나항공 사외이사로 합류했는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승인에 필요한 '화물 사업부 매각' 안건과의 이해 상충이 우려된다는 문제가 내부에서 제기됐다. 사측은 자격 요건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을 충분히 검증했다는 입장이었지만 이사회 내부에서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7시간이 넘는 공방 끝에 이사회는 정회됐다. 이후 사측과 이사회는 객관적인 제3자에 법리 검토를 받기로 합의했는데, 회사 측이 이사회가 재개된 지난 2일까지 의견서가 오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임의 선정한 복수 로펌의 자문서를 제출했다. 이를 근거로 이사회는 예정대로 표결에 들어갔지만 이 과정에서 한 사외이사는 '합의되지 않은 절차'라며 반발했고 의결권 행사를 거부하며 퇴장했다.
안 그래도 이사회 전날 한 사내이사가 돌연 사임하면서 사외이사 4인의 의결권이 이번 안건 가결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 그럼에도 사측이 이해 상충에 대한 이사회 내부의 의구심을 끝내 해소하지 못하면서 사외이사 한 명의 의결권을 허공에 날리게 됐다.
양사의 합병은 사회·경제적으로 파급력이 큰 점을 고려해 공정성과 투명성에 흠결이 없도록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은 핵심 기간산업으로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될 뿐 아니라 회사의 가치와 주주 권익에 위배되는지를 따지기에도 벅찬 사안이다. 그럼에도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시장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건설적인 논의는 뒤로하고 불필요한 잡음 속에서 결론을 냈다. 중요한 관문 중 하나였던 이번 이사회는 개운치 않은 인상을 남겼다.
[조윤희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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