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더 강해졌다"…비결은 바다와 연결된 `지하 터널망`

김대성 2023. 11. 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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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미사일·드론 등 위협적
가자지구 접경 지역의 하마스 터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에 나선 이스라엘군(IDF)이 탱크 위에 서 있다. [가자지구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란의 지원으로 9년 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 때보다 더욱 강력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는 폭발물을 장착한 무인기(드론), 대전차 미사일, 고위력 로켓으로 지난달 27일부터 가자지구에 투입된 이스라엘의 지상군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스라엘은 2014년 가자지구 침공 때 가자지구 터널을 파괴하고 무기 밀수 루트를 봉쇄했고, 이로 인해 하마스는 보유 미사일 가운데 3분의 2를 잃었다.

그러나 이후 이란의 도움을 받아 무기고를 재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에서는 이번 가자지구 지상전 1주일 만에 26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이는 2014년 7주간의 가자지구 지상전에서 한 주 평균 약 10명이 숨진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하마스가 예전보다 한층 강해졌다는 평가다. 앞서 WSJ은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기 전 몇 달간 전투원들을 이란으로 보내 군사훈련을 받게 했다고 보도했다.

전직 이스라엘 정보기관 요원인 아비 멜라메드는 이스라엘이 궁극적으로 이번 전쟁에서 이기겠지만 하마스의 정교한 무기 때문에 장기전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하마스는 이란 덕분에 군사력이 커졌다"며 "완전 무장을 했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가자지구 봉쇄에도 그곳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무기를 만드는 등 전문 기술도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리아에 기반을 둔 무장단체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의 고위 인사인 마르완 압델알은 하마스와 그 동맹들이 과거보다 이스라엘의 지상전에 대응하는 데 더 나은 군사 장비를 갖추고 있다며 "지금은 2014년과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20년 넘게 로켓을 생산하면서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값싼 설탕을 연료로 하는 '카삼' 로켓이 1세대 로켓으로, 사거리가 3.2~4.8㎞에 그쳤지만, 지금은 3세대로 분류되는 사거리 최대 241㎞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 전역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

하마스는 과거 이란이 수단에서 생산한 로켓을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터널을 통해 가자지구로 밀반입했다.

그러나 이집트가 이 터널을 침수시키는 등 밀반입 통로가 막히자 하마스는 자체 생산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철 배관을 이용해 로켓 모터와 탄두 케이스를 만들고, 이스라엘군의 불발탄도 활용한다는 것이다.

하마스는 자체 무기 제조 능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이란의 기술 이전에 일부 의존한 것으로 관측됐다. 드론은 하마스의 주력 무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을 겨냥해 드론에서 폭탄을 투하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란 디자인을 따라 '아바빌'이라고 불리는 드론을 만들었고, '주아리'라는 독자적인 드론도 생산했다.

또 '어뢰'라고 표현한 유도 잠수정도 선보였는데, 2021년 이스라엘 선박에 발포를 시도한 수중 드론과 유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4년에 하마스가 유도시스템이 없는 옛 소련 시절 발사체에 대부분 의존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WSJ은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로부터 북한산 대전차 무기인 F-7, 러시아에서 개발됐지만 이란이 모방 제작하는 휴대용 대전차 유도 미사일(코넷) 등의 공격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하마스가 지난달 이스라엘 기습 당시 이란산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을 사용했다는 무기 식별 전문가의 분석도 있다.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의 군사조직은 이란산 대전차 유도 미사일로 유대인 정착촌을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하마스의 가장 강력한 방어책으로는 가자지구 지하에 광범위하게 뻗어있는 터널망이 꼽힌다. 이곳에는 하마스 전투원들과 무기, 연료, 인질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라이히만대의 다프네 리치먼드-바라크 교수는 "터널은 (상대방의) 어떤 군사적 이점도 무력화시킨다"고 말했다.

아주 정교하다는 평가를 받는 가자지구 지하 터널은 바다와 연결돼 있어 밀수와 무인 장수정, 잠수원 활동 등에 이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병원을 비롯한 민간 건물 지하에 무기를 보관하는 것은 물론 지휘센터를 설치한 것으로 보고 땅굴 수색과 파괴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부대 '야할롬'을 배치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가자지구 지하 벙커를 타격해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민간인 살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하마스 고위 지휘관을 포함해 수십명의 하마스 전투원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김대성기자 kdsu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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