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 그림이? … 의성에 예술청년 몰린다

우성덕 기자(wsd@mk.co.kr) 2023. 11. 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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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된 목욕탕, 미술관 변신
젊은작가 43명 작품 선보이며
월평균 방문객도 200명으로
'예술가 일촌맺기' 프로그램
커뮤니티 형성…주거 지원도
지방소멸 1위 의성군에 활력
경북 의성군 안계면 안계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안계미술관

미국 포틀랜드대에서 현대미술을 전공한 김현주 화가(41). 그는 인구 4300명에 불과한 경북 의성군 안계면에 있는 안계미술관에서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안계미술관은 40년 된 시골 목욕탕이 폐업하자 리모델링을 거쳐 2022년 개관한 작은 미술관이다. 경남 진주가 고향인 김 관장은 2018년 미국에서 귀국한 후 의성군이 추진한 '예술가 일촌맺기 프로그램'을 통해 이곳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초대 관장을 맡았고 아예 안계면에 정착했다. 김 관장은 "도시보다는 안계의 시골 풍경이 너무 좋고 아름다워 매력을 느끼게 됐다"며 "미술관 공간도 워낙 예뻐서 청년 작가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인구 5만명의 농촌 마을 의성군이 청년 예술가들의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45%에 달해 전국 기초단체 중 지방소멸위험지수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청년 예술가들이 몰려들면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안계미술관이다. 지난해 3월 개관한 이곳은 그동안 21차례나 전시회가 마련됐고 지금까지 43명의 청년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였다. 월평균 방문객도 200여 명에 달한다. 지금은 이화여대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청년 작가 호정(본명 김호정)이 색 한지를 재료로 활용해 나뭇잎과 꽃잎 등의 형상을 만든 작품 전시회를 열고 있다.

안계면에서는 청년 예술가들이 전통시장이나 마을 담장 등 거리 곳곳을 대상으로 공공미술 프로젝트도 추진해 벽화거리와 미술조형물을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다.

의성군이 청년 예술가들에게 주목을 받은 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추진한 '예술가 일촌맺기 프로그램' 덕분이다. 이 프로그램은 의성 관내 7개 마을을 대상으로 창작촌을 만들어 청년 예술가를 불러모으고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3년간 36명의 청년 예술가들이 참여했고 이 중 6명은 의성에 정착했다. 의성군은 청년 예술가 참여를 위해 주거공간과 거주 지원금을 제공했고 주민을 대상으로 한 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인구 800명에 불과한 의성군 신평면도 지금 청년 예술가들의 창작 무대가 됐다. 서울과 대구에서 온 연극 단원 5명은 지난 8월부터 의성군이 추진한 '예술 익는 마을 사업'에 참가해 이곳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 중이다. 이들은 의성군을 소재로 한 연극 공연도 제작해 올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의성군은 청년 예술가 유입 확대를 위해 근대 산업유산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 중이다. 이곳은 1954년 설립 후 2013년 문을 닫은 국내 마지막 성냥 공장인 '성광성냥공장' 이다. 의성읍 도동리에 있는 이 공장은 최근 리모델링 설계 공모 사업을 마무리했다. 대지면적 1만5037㎡, 건축연면적 2567㎡로 총사업비 103억원이 투입돼 2025년 준공될 예정이다.

의성군은 지방소멸 극복과 청년 유입을 위해 청년 예술가 지원 사업 외에도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도시청년 의성 살아보기 등 다양한 청년 지원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2019년부터 올해까지 의성군에는 청년 170명이 131개팀을 창업했고 이 중 120명 정도가 의성에 정착한 상태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의성이 청년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지방 소멸 문제에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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