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공직사회도 융복합 시대

2023. 11. 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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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사한 집단은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어려우며, 다양한 구성원을 영입하면 조직이 더 현명해질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명예교수 제임스 마치(James G March)가 한 말이다. 정부도 다원화되고 있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채용 경로를 통해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공직이 특정 집단에 의해 독점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현장 간담회를 다녀보면 "5·7·9급 시험을 봐야지만 공무원이 되는 것 아닌가요?" "민간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공직에 들어가고 싶은데, 나이가 많으면 어렵지 않을까요?" 등의 질문들을 종종 듣곤 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대부분 5·7·9급 공개경쟁채용 위주로 공무원이 될 수 있었으며, 이들이 승진을 통해 고위직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원화된 사회에 대응하고자 공무원이 되는 경로가 매우 다양하며, 여러 분야의 인재가 모여 공직사회라는 하나의 큰 강을 이루고 있다.

먼저 장차관 등 정무직을 보면 사실상 전원 공직 외부에 개방돼 있으며, 실·국장 및 3·4급 과장의 경우 내부 승진은 물론 일부 직위는 2000년부터 개방직을 운영하며 공직 외부에 개방하고 있다. 5급 이하 실무직 공무원을 보면 채용의 근간은 물론 5·7·9급 공개경쟁채용이다. 하지만 실무직의 경우에도 유능한 민간 전문가를 공직에 유치하기 위한 '5·7급 민간경력자 일괄채용시험', 공직의 지역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한 '7·9급 지역인재 수습직원 선발시험', 중증장애인의 공직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중증장애인 경력채용' 등 다양한 채용 경로도 운영하고 있다.

전문지식·기술이 요구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임기를 정해 민간 경력자들을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실적에 따라 임기를 연장하거나 파격적인 연봉을 지급할 수도 있으며, 이러한 임기제 공무원은 나이와 무관하게 채용될 수 있다. 최근에는 인사혁신을 위한 테스트베드로서 우주항공 분야에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해 외국인·복수국적자 등을 대폭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도 논의 중이다. 이와 병행하여 최근에는 7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과학기술 해외 인재 발굴 및 유치를 위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인사교류·파견·공모직위 등을 통해 기관의 테두리를 넘어 타 기관으로 유연하게 진입할 수 있으며, 각 부처에 청년보좌역과 청년인턴을 채용하는 등 주요 정책에 대해 청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려는 노력도 병행 중이다.

지금은 인재 전쟁 시대라고 한다. 중국 고대 전국시대를 통일한 진(秦)나라에 대해 다산 정약용은 '어진 이를 등용하는 데 정해진 틀을 두지 않고 오직 재능이 있는 이를 찾았던 나라는 진나라뿐이었다'고 평했다. 진나라의 재상을 지낸 맹상군은 제(薺)나라 사람이었으며, 범저는 위(魏)나라, 채택은 연(燕)나라 사람이었는데, 이러한 인재 등용이 천하 통일의 제업을 이룬 원동력임을 이야기한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전문성을 갖춘 융복합 인재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발굴해 이들이 공직에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가려고 한다. 대한민국을 일터로 삼아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하고자 하는 이들의 공직 지원을 기대한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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