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장애 아동·여성이 가장 취약…당장 휴전하라”

장예지 2023. 11. 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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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결국 가장 약한 사람들의 삶부터 빼앗아 간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있는 장애인들은 도망조차 갈 수 없고, 분쟁이 끝나도 많은 사람들이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갖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당장 전쟁을 멈추고 휴전해야 한다."

김 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중증 장애아동은 움직일 수 없어 기저귀만 채워두고 손을 침대에 묶어놓은 채 버려두는 사례가 있었다"며 "위원회는 이런 일들을 보며 팔레스타인 상황에 가장 빠르고 민감하게 대처를 하고 있다. 모든 국제법을 고려해 만들어진 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내용대로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노력을 촉구하고, 장애 때문에 납치, 유린되는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는 최소한의 권고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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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인터뷰] ‘가자지구 분쟁 휴전 촉구’ 성명 김미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
김미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 김미연 위원 제공

“전쟁은 결국 가장 약한 사람들의 삶부터 빼앗아 간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있는 장애인들은 도망조차 갈 수 없고, 분쟁이 끝나도 많은 사람들이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갖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당장 전쟁을 멈추고 휴전해야 한다.”

30여년간 장애여성 인권운동을 하며 현재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CRPD·위원회)에서 장애여성-소녀를 위한 실무그룹 의장을 맡고 있는 김미연 위원은 5일 이렇게 말했다. 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이스라엘-가자지구 무력분쟁에 처한 장애인의 상황에 관한 성명서’를 내어 “개탄스러운 무력 분쟁으로 인해 많은 장애인을 포함한 민간인이 무분별하게 살해되고 장애를 입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신속한 휴전에 합의할 것을 촉구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4일(현지시각) 기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9488명, 부상자는 약 2만4천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의 70%는 여성과 어린이, 노인이었다.

성명서 작업에 참여한 김 위원은 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시설에 있는 중증 장애인은 피난을 갈 수조차 없다. 통신과 전기가 모두 끊겨 비장애인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는 장애아동과 장애여성”이라며 “하마스 역시 여성, 아동과 더불어 산소호흡기를 찬 소녀를 인질로 납치해 갔다. 가장 약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버려지고, 테러와 살해, 납치, 폭력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은 “지금 필요한 건 (이-팔) 양쪽 중 한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처절한 현 상황을 직시하고 전쟁을 당장 중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인권리협약 11조에 따라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국제인도법과 국제인권법을 준수하고, 장애인의 보호와 안전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 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중증 장애아동은 움직일 수 없어 기저귀만 채워두고 손을 침대에 묶어놓은 채 버려두는 사례가 있었다”며 “위원회는 이런 일들을 보며 팔레스타인 상황에 가장 빠르고 민감하게 대처를 하고 있다. 모든 국제법을 고려해 만들어진 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내용대로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노력을 촉구하고, 장애 때문에 납치, 유린되는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는 최소한의 권고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사회와 정부의 관심, 노력도 요청했다. 그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때 계엄군에 의한 첫 희생자도 ‘꼼짝 말라’는 군인의 말을 들을 수 없었던 청각장애인이었다. 현재 한국은 중국과 대만의 긴장을 바라보고 있고,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평화와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때에도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을 고려한 긴급구호 물품을 지원하는 등 장애에 관한 관점이 반영된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제법 전문가인 김 위원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자문 등을 지냈고, 2018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에 당선돼 부위원장을 맡았다. 지난해 6월 재선되어 올해부터 2026년까지 4년간 위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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