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재인·내년 김대중…‘진보 대통령 영화’만 나오는 이유 [대통령의 연설]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2023. 11. 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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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다큐멘터리 영화 ‘길 위에 김대중’이 개봉할 예정입니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시기가 시기인 만큼 정치적 해석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영화인데요.

당장 내년 4월에 치러질 총선을 겨냥한 영화가 아니냐는 해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침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이 활발한 활동을 개시해 정치권의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그런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화 기자회견까지 열린 영향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제작사 측에서는 총선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개봉시점은 탄생 100주년에 맞췄을 뿐이라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의 연설 이번 회차에서는 역대 대통령들을 중심소재로 삼은 영화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80만 관객 ‘노무현 신드롬’ 다시 일으킨 <노무현입니다>
‘길 위에 김대중’을 놓고 벌어지는 정치적 논란에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과연 김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가 개봉된다고 해서 민주당이 더 많을 표를 가져가게 되느냐는 것이죠.

김 전 대통령은 그가 이룬 업적에 대한 평가가 어떤지를 떠나 현재 유권자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은 아닙니다. 그의 삶이 부각될수록 오히려 지역구도가 강화돼 민주당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정치공학적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죠.

그런데도 독자분들께서 현재의 논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는 것은 아무래도 지난 2017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기억을 갖고계신 영향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노무현입니다> 포스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애를 다루며 공전의 흥행을 기록한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장르에서는 드물게 180만명이나 되는 관객을 끌어모았습니다.

영화가 흥행한 비결은 역시나 노 전 대통령의 삶이 지닌 드라마로서의 가치입니다. 5공 청문회에서의 활약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모습이나, 지역구도를 타파하겠다며 ‘정치 1번지’ 종로를 버리고 영남으로 출마한 일화 등이 다수 국민에게 호감으로 남아있죠.

한국에서 치러진 선거 가운데 최대 역전극이라 불리는 2002년 대통령 선거는 영화의 클라이막스로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가 안타깝게 서거했던 일은 아직까지도 현실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영화의 결말로 적절히 다뤄졌습니다.

이 영화가 개봉됐던 2017년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압도적 표차로 대선에서 승리한 뒤 진보진영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시점인데요. 여기에 ‘노무현입니다’까지 개봉되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향수가 되살아나고 2018년 지방선거까지 민주당이 압승하는 전개가 이어졌습니다.

박근혜·문재인 영화도 나왔지만...효과는 크지 않아
이후 개봉한 대통령들의 영화는 아무래도 ‘노무현입니다’의 그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2022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침묵’이 개봉됐는데요. 아무래도 내용 자체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정당했는지를 다루는 것이어서 큰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죠.

그런 탓에 일부 극장에서 짧은 기간만 상영된 뒤 내려와 흥행기록을 찾기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노무현입니다’를 연출했던 이창재 감독이 만든 ‘문재인입니다’ 역시 만족스럽지 못한 흥행결과를 기록했는데요. 이 영화는 입장표 무료배포 논란 등이 제기된 끝에 10만명 가량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문 전 대통령이 워낙 활발히 대외메시지를 내고 있으며, 그에 대한 갑론을박도 치열한 것이 영화의 상품적 가치를 꽤나 떨어뜨린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만 첨언하자면 사실 박 전 대통령의 영화는 대중성을 노린 것으로 보기 어려운 반면, 진보진영의 전직대통령 3명의 삶을 다룬 영화(노무현·문재인·김대중)는 모두 관객동원 수치가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정도로 대중성도 노린 것이 인상적인데요. 아마도 노 전 대통령의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둔 영향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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