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기판 허브'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가보니...20년만에 속살 공개
동박 코팅해 미세회로 구현
모바일 패키지기판 생산 주력
내년 5월 신공장 완공
ARM 아키텍처 대응 일괄생산
삼성전기는 삼성그룹 반도체 사업 밸류체인에서 가장 아래쪽에 놓이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삼성전기는 부산, 수원(본사), 세종에 국내 사업장을 두고 있는데 이 가운데 세종사업장은 모바일용 반도체패키지 기판을 주로 생산한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기판은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면 된다.
▮ 패키지기판 핵심 기지
반도체 패키지기판(패키지기판)은 메인보드와 반도체 사이에서 교각 역할을 한다. 구리로 만든 기판에는 회로가 만들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 부품이 놓인다.
세종사업장은 동박(구리로 만든 얇은 판) 업체로부터 동박을 받아 여기에 필름을 입히고 노광 장비로 디자인에 맞춰 회로를 만든 뒤 이 회로에 구리를 도금해 반도체 업체에 납품한다. 세종사업장 가동이 늘면 동박 업체도 돈을 번다. 반대로 구리 가격이 올라가면 삼성전기의 원가 부담도 높아지고 이는 결국 스마트폰 가격 상승 원인이 된다.
삼성전기로부터 패키지 기판을 납품받은 반도체 업체는 이 기판에 반도체를 올리고 스마트폰, 자동차 완성차 업체에 다시 납품한다.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기판이 바로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보면 된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패키지기판 중 플래그십 모바일 AP용 기판은 글로벌 1위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은 임베딩(Embedding) 기술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갖고 있다. 기판 회로를 통해 연결해야 하는 신호가 많아지고 복잡해지는데 이렇게 되면 회로가 길어져 손실이 증가한다. 임베딩 공법은 기판 위에 올리던 수동 부품을 기판 내부에 내장하는 기술이다. 전력 손실을 50% 이상 줄이고 고속 신호 전달에 유리하다.
세종특별자치시 연동면 명학산업단지에 위치한 세종사업장은 산업단지 내 최대 규모인 5만3000평(축구장 24개 크기)으로, 공장·지원·복지동 등 12개의 건물에 약 1800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1991년 PC용 다층인쇄회로기판(MLB) 생산을 시작으로 삼성전기 기판사업의 첫걸음마를 뗀 세종사업장(당시 조치원사업장)은 1997년 고부가가치 기판인 반도체 패키지기판 생산을 통해 당시 일본산 기판 독점 시대를 마감하고 국내 반도체 산업을 기술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린 전자부품산업의 산실이다. 현재 부산사업장과 함께 반도체 패키지기판 주요 생산거점으로 모바일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주력으로 생산 중이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은 간간히 미디어 공개 행사가 진행됐지만 세종사업장은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 외부에 거의 공개된 적이 없다.
▮ 생산라인 짙은 화장 ‘No’
지난 2일 오후 찾은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은 20여 년 만에 첫 언론 공개행사인 만큼 철저한 보안이 이뤄졌다. 수십 명 기자들이 개별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사진 촬영을 하지 못하도록 일일이 보안 스티커를 붙였다.
기자들은 이날 세종사업장 내 1, 2 공장이 있는 건물과 3, 4 공장이 있는 건물을 각각 견학했다. 미세공정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각 공정 라인을 견학할 때에는 클린복으로 갈아입고 세척을 진행한 후 생산라인에 들어가야 한다.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자도 써야 한다. 짙은 화장은 물론 마스카라도 금지했다.
1 공장과 2 공장에서는 기판을 쌓고 도금하며 회로를 만드는 곳이다. 핵심 기판층에서 아래위에 각각 층을 하나씩 붙이고 레이저로 구멍을 뚫고 구리를 도금한다. 구리를 도금하는 것은 전류가 흐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회로는 고객사 요구에 따른 디자인으로 동박에 필름을 붙이고 노광한 후 현상해 필름을 제거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4 공장 1층에서는 적층공정을 한다. 고다층 제품의 층간에 불필요한 신호전달을 막기 위해 절연재를 쌓는다. 4 공장 2층에서는 SR(Solder Resist)를 진행한다. 김동우 삼성전기 프로는 “회로를 만든 후 패턴 간 전기적으로 절연시키고 고객사가 부품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외부 충격 및 상처로부터 패턴을 보호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절연제인 잉크를 도포하는 과정이 SR”이라고 설명했다.
▮ 고집적으로 진화
반도체 칩은 메인 기판과 서로 연결돼야 하는데 메인 기판 회로는 반도체보다 미세하게 만들기가 불가능하다. 반도체 칩의 단자 사이 간격은 100㎛(마이크로미터)로 A4 두께 수준인 것에 비해 메인 기판의 단자 사이 간격은 약 350㎛로 4배 정도 차이가 난다.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 사이를 연결해 주는 다리가 필요한데 이것이 반도체 패키지기판이다.
세종사업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패키지기판인 FCCSP(Flip-Chip Chip Scale Package)는 고집적 반도체 칩과 기판을 플립칩 범프(와이어가 아닌 방식)로 연결해 전기 및 열적 특성을 높였다. FCCSP는 반도체 칩의 크기와 거의 동일한 크기의 기판으로 반도체와 기판 사이에 전기적 신호 이동 경로가 짧아 높은 성능과 낮은 전력 소모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어 주로 스마트폰 AP용 반도체 칩에 사용된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5 공장 건설에 한창이다. 차세대 CPU로 주목받고 있는 ARM 기반 프로세스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반도체 적층 방식인 2.5D 패키징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2.5D 패키지에 대응하는 게 5 공장 건설 목적이다.
반도체 시장은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로 2027년에 7520억 달러 수준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패키지기판은 2023년 106억 달러에서 2027년 152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0%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 외에 국내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반도체 기판 사업을 하는 곳은 LG이노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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