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엄마 대신 모유 수유…이틀 굶은 4개월 아기 울음 그쳐

허리케인 덮친 멕시코

10월29일(현지시각) 허리케인 오티스로 큰 피해를 입은 멕시코의 휴양도시 아카풀코에서 현지 경찰 아리스베트 디오니시오 암브로시오가 구조 작업 도중 이틀 넘게 굶은 아기를 발견하고 직접 모유 수유를 하고 있다. 엑스 갈무리

시속 266㎞의 초강력 허리케인 ‘오티스’가 멕시코의 휴양도시 아카풀코를 강타해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낸 가운데, 구조활동에 나선 경찰이 이틀 이상 굶은 아기를 발견하고 직접 모유 수유를 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5일 비비시(BBC)와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경찰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아리스베트 디오니시오 암브로시오(33)는 아카풀코에서 구조 작업을 하던 중 희미한 아기 울음소리를 들었다. 잠시 뒤 울음소리가 다시 들리자 아리스베트는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나섰고 절망적인 표정으로 4개월 된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를 발견했다.

엄마는 아리스베트에게 “아기는 이틀 이상 굶은 상태고, 배가 고파 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는 내내 음식을 찾아 헤맸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고 한다. 그도 계속 굶었던 터라 모유 수유가 어려웠던 상황으로 보인다.

아리스베트는 엄마에게 “나도 지금 모유 수유 중인데, 당신이 괜찮다면 아기에게 모유를 줄 수 있다”고 말했고, 엄마는 이를 허락했다. 아리스베트의 품에 안겨 젖을 문 아기는 이내 울음을 그쳤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멕시코시티 시민안전비서국(SSC)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사진. 10월29일(현지시각) 허리케인 오티스로 큰 피해를 입은 멕시코의 휴양도시 아카풀코에서 현지 경찰 아리스베트 디오니시오 암브로시오가 구조 작업 도중 이틀 넘게 굶은 아기를 발견하고 직접 모유 수유를 하고 있다. 엑스 갈무리

이후 멕시코시티 당국은 아리스베트가 모유 수유하는 장면을 찍은 영상과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고,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아리스베트와 같은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다시 인간을 믿게 된다” “두 여성 모두 (허리케인 오티스와 싸워 이긴) 전사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3일(현지시각) 멕시코의 태평양 휴양도시 아카풀코 해안가 호텔 건물이 허리케인 오티스로 인해 상당 부분 파괴된 모습. EPA 연합뉴스 

허리케인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인 5등급 허리케인 오티스는 지난달 25일 멕시코 게레로주의 태평양 휴양도시 아카풀코에 상륙했다. 현지 호텔의 80%가 피해를 당했고 도로가 잠기면서 차량들이 침수됐다. 주택과 건물의 지붕과 벽이 뜯겨졌고 정전으로 통신이 차단됐으며 연료난과 단수가 이어졌다.

일부 지역에선 상점과 현금자동지급기에 대한 약탈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45명이 사망하고 47명이 실종됐다. 멕시코 정부는 아카풀코 지역 재건을 위해 613억 페소(약 4조6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3일(현지시각) 멕시코의 태평양 휴양도시 아카풀코 해안가에 허리케인 오티스로 인해 부서진 건물 잔해들이 널려있다. EPA 연합뉴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