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학교·병원·난민촌 무차별 공습
팔레스타인 누적 사망자 9488명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민간인 공격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미국의 일시 교전 중단 요구를 일축하고 학교, 병원, 난민촌 등 가자지구 민간 시설에 대한 공습을 지속하고 있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4일 (현지시간) 피난민들이 모인 학교와 병원 등 민간시설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 내 알파쿠라 학교가 공습을 받아 15명이 사망하고 5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중부에서도 난민촌을 공격했다. 5일 팔레스타인 WAFA 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 구역에 위치한 알마가지 난민촌이 전날 밤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51명이 사망했다. WAFA 통신은 사망자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라고 전했다.
3일에는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 입구에서 중상자를 이송하던 구급차 행렬이 공습을 받아 15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다쳤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PRCS)는 PRCS 소속 구급차 한 대는 알시파 병원 입구 2m 앞에서, 가자지구 보건부 소속 구급차는 병원에서 약 1㎞ 떨어진 곳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조직원들이 사용하던 구급차를 공격한 것으로,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1일 이후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를 포위한 채 난민촌과 학교, 병원 등을 폭격해 비난을 사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시하던 사전 경고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날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일시적인 교전 중단을 요구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블링컨 장관과의 회동 후 “인질 석방 전까지 가자지구에 휴전은 없다”고 일축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4일 기준 팔레스타인 누적 사망자는 9488명, 부상자는 2만4000명에 이른다. 이날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습과 미사일 공격으로 4주간 이스라엘인 인질 60여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으나 중환자를 이집트 병원으로 수송할 유일한 통로인 라파 국경검문소는 이날 다시 닫혔다. 앞서 라파 국경검문소는 지난 1일부터 외국인과 이중국적자의 탈출 및 부상자 수송을 위해 열린 바 있다.
캐나다 CTV 방송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국경검문소 당국 와엘 아부 오마르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환자들의 이집트 후송을 차단함에 따라 가자지구 당국도 외국인들의 탈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BBC는 소식통을 인용해 환자들의 안전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외국인 통행이 재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원들이 환자로 위장해 이집트로 넘어가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4일 요르단 암만에서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 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외교장관들과 회동하고 민간인 보호 필요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동 국가들은 민간인 보호 방법을 두고 이견을 노출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중동 국가들은 미국에 즉시 휴전하도록 이스라엘을 설득할 것을 요청했으나 블링컨 장관은 “휴전은 하마스에 재정비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거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주의 한 성당 미사에 참석한 후 ‘가자지구의 인도적 교전중단에 진전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yes)”고 대답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확전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사무총장은 전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첫 공개 연설에서 “모든 선택지가 고려 대상”이라면서 “이스라엘과의 전면전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레바논 국경에서 교전을 이어갔다.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최근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dpa 통신은 이날 이란 국영 IRNA 통신을 인용해 하니예가 며칠 전 회담을 위해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은 오랫동안 하마스를 지원해왔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과 관련해 이란이 훈련과 무기, 자금, 기술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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