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내 세계 1위 캐릭터 콘텐츠 기업될 것"
K인형으로 미국 석권한 '인형왕'
크로거·월그린 이어 아마존 점령
미국서 팔리는 인형 年 4000만개
'유후와 친구들' 넷플릭스 방영
인형·완구 넘어 콘텐츠 회사 도약
"미국 어린이들 집에 오로라월드 인형 하나쯤은 다 있을 겁니다. 교민들도 한국 브랜드라는 사실을 대부분 모르는데, 알려주면 깜짝 놀랍니다. 미국 진출 30년 만에 이뤄낸 성과입니다. 이제 인형·완구회사를 넘어 콘텐츠 회사로 도약을 준비 중입니다."
노희열 오로라월드 회장은 '인형 왕'이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노 회장보다 인형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인형도 그냥 인형이 아니다. 유아·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드러운 털이 보송보송한 동물 인형이 전공이다.
이런 인형을 플러시 토이(Plush Toy)라고 한다. 디즈니랜드, 레고랜드, 유니버설스튜디오 같은 미국 테마파크에 가면 아이들은 동물 플러시 토이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어린아이들도 다 안다. 눈이 예쁘고 털이 부드러워야 한다. 오로라월드 플러시 토이 품질 경쟁력은 이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애너하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1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에 참석한 노 회장은 "1981년 서울에 회사를 처음 세웠고 10년 동안 자체 브랜드 인형 생산을 준비했다"며 "1980년대 후반 국내 산업 구조가 중공업 중심으로 바뀌면서 1989년 인도네시아, 1991년 중국에 공장을 세워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고 말했다.
노 회장의 유창한 영어 실력도 일찌감치 해외에 진출한 결과다. 그는 1991년 미국, 1994년 영국에 법인을 차례로 세웠다. 인형 하나로 세계 시장을 휩쓸겠다는 포부와 열정이 밑거름이 됐다. 노 회장은 "우리 브랜드로 우리 인형을 전 세계에 팔겠다고 해외에 진출했지만 1990년대 초만 해도 굉장히 어려웠다"며 "자체 디자인실을 갖추고 싸고 좋은 인형을 만들어 바이어들을 끊임없이 설득한 결과 지금은 1년에 전 세계에서 6000만개의 인형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월마트, 코스트코만 있는 게 아니다. CVS, 월그린 같은 약국 겸 마트가 기본적으로 전국에 촘촘하게 들어서 있다. 조금 큰 마트인 크로거와 세이프웨이, 퍼블릭스 등도 없는 동네가 없다. 이들 미국 마트에 가면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어떤 마트든 싱싱한 꽃을 판다는 것. 둘째는 인형 없는 마트가 없다는 것이다. 여성과 아이들을 동시에 잡기 위한 전략이다. 노 회장은 이 같은 미국 마트의 특성을 간파하고 개척했다.
그는 "지금 크로거나 CVS, 월그린, 세이프웨이에 진열된 인형 중 절반 이상은 오로라월드 제품"이라며 "좋은 품질과 디자인으로 미국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오로라월드 인형은 아마존에서도 최고 인기 상품이다. 노 회장은 "우리 회사 디자인 키워드는 창의와 변화"라며 "시시각각 바뀌는 시장 트렌드를 지켜보면서 끊임없이 디자인도 발전시킨다"고 말했다.
오로라월드 인형은 여러 브랜드를 달고 전 세계 시장에서 팔린다. 연간 팔리는 인형 6000만개 중에서 4000만개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다. 노 회장은 "1991년 미국에 진출했는데 대략 계산하면 30년간 미국 아이들은 오로라월드 인형 3억개를 부모 등에게서 선물받은 셈"이라며 "미국에 사는 아이들 집집마다 자세히 살펴보면 오로라월드 인형 한두 개쯤은 다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로라월드 인형 공장은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있다. 판매는 미국에서 60~70%가 이뤄진다. 한국 본사는 인형 디자인 허브다. 노 회장은 철저한 현지화를 성공 비결로 꼽았다. 그는 "전반적인 관리와 디자인은 한국 본사에서 하지만 해외 시장 마케팅, 판매 등 세일즈는 현지인들에게 맡겨야 한다"며 "일을 맡기지만 관리를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자체 브랜드 개발·생산도 강조한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 머물러서는 앞날을 기약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오로라월드가 OEM에 만족했다면 지금 없어졌을지도 모른다"며 "자체 디자인, 자체 브랜드를 갖추고 고객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생산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30년 동안 플러시 토이 한우물을 판 오로라월드는 도약을 준비 중이다. 두 가지 방향이다. 우선 플러시 토이 외에 다양한 인형·완구 시장으로 진출한다. 노 회장에 따르면 전 세계 인형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1040억달러지만 이 중에서 플러시 토이는 비중이 5.5%에 그친다. 플러시 토이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다양한 인형 생산을 시도할 계획이다.
두 번째 테마는 콘텐츠다. 이미 성공한 경험이 있다. '유후와 친구들'이다. '유후와 친구들'은 인형도 있지만 어린아이들이 즐겨 보는 애니메이션으로 더 유명하다. '유후와 친구들'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어린이들이 시청할 수 있다. 인형 만드는 회사인 오로라월드가 캐릭터를 개발해 애니메이션 제작까지 했다.
노 회장은 "'유후와 친구들' 속편(시즌5) 제작도 준비하고 있다"며 "10년 안에 캐릭터 제품과 애니메이션에서 10개 이상 독자적인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해 전 세계 1위 캐릭터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업 후 40년간 이룬 성과를 인정받아 노 회장은 지난해 8월 한국경영학회의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 대상'을 받았다.
노희열 회장
△1957년 출생 △성균관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오로라월드 회장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한국경영학회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이사장
[애너하임(미국) 문지웅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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