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중국과 ‘해빙 무드’…앨버니지 총리 7년 만에 방중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다. 호주 총리의 중국 방문은 2016년 이후 7년만에 처음이다. 무역 갈등 등으로 한동안 냉각기를 걷다 지난해 앨버니지 총리 취임 이후 ‘해빙 무드’에 들어간 양국 관계에 또 다른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앨버니지 총리는 방중 첫 일정으로 5일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그는 이날 개막식 연설에서 “국가 간 건설적인 경제 협력은 관계 구축이 도움이 되며, 이것이 바로 호주 정부가 중국과 건설적인 협력을 지속하는 이유”라며 중국과의 성숙한 관계를 바란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전날 상하이에 도착했다. 그는 이날 상하이 일정을 마치고 베이징으로 이동해 6∼7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창(李强) 총리와 잇따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앨버니지 총리 방중에는 돈 파렐 통상장관과 페니 웡 외교장관, 호주 기업인 등이 동행했다.
앨버니지 총리 방중은 1973년 고프 휘틀럼 당시 호주 총리의 중국 방문 50주년을 기념해 이뤄졌다. 중국과 호주는 당시 처음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호주 총리가 중국을 마지막으로 방중한 것은 2016년이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교역국으로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하지만 스콧 모리슨 전 총리 집권기인 2018년 호주가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 사업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참여를 배제하고, 2020년에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국제적 조사를 요구하면서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중국이 호주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암묵적으로 수입을 제한하면서 양국 사이에는 무역 갈등도 빚어졌다.
호주가 미국의 대중 견제에 보조를 맞추면서 악화일로를 걷던 양국 관계는 지난해 앨버니지 총리가 취임하면서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정상이 6년만에 회담을 가졌고, 이후 호주 외교·통상장관 등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중국은 올 들어 호주산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조금씩 풀기 시작했다. 앨버니지 총리 방중 직전에는 중국이 호주산 와인에 부과했던 고율 관세를 재검토하고 호주는 그와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중단하기로 합의하며 무역 갈등 해소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 앞서 중국은 중국계 호주인으로 자국에 구금돼 있던 언론인 청레이를 3년만에 석방해 호주로 돌려보냈고, 며칠 뒤 호주는 그동안 재검토해 온 중국 기업과의 다윈항 장기 임대 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양국 관계 해빙 기류 속에서 이뤄진 앨버니지 총리 방중은 다시 한번 양국 관계 회복의 중요한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역시나 무역 갈등 해소 문제가 주요한 의제가 될 전망이다. 2019년 중국에서 체포돼 4년 넘게 구금돼 있는 중국계 호주 작가 양헝쥔의 석방 문제도 호주가 중국 측에 주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다. 중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회원국인 호주에 자국의 CPTPP 가입에 대한 지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앨버니지 총리는 전날 상하이 도착 직후 “우리는 가능한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해야만 하며, 의견이 다른 분야에서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국익을 위해 중국과 교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주요 무역 상대국과 긍정적이고 건설적이며 진지하고 열린 대화를 하는 것은 호주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호주 총리가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것 자체가 양국 관계의 상당한 진전이자 절반의 성공”이라며 “앨버니지 총리 방중은 지난 7년 동안 급속히 악화됐다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양국 관계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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