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남경필 ‘서울 광역도’ 주장에 반대했던 이재명, 지금은 왜 침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의 김포시 서울 편입론에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 ‘지방 분권에 맞지 않다’, ‘5·9호선 연장 문제부터 해결해야 된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과 온도차가 있다. 특히 이 대표는 6년 전 성남시장 시절 당시 남경필 경기지사가 제안한 ‘서울 광역도’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대선 후보가 된 이 대표가 편입론에 찬성하는 일부 김포 시민의 여론까지 고려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김포의 서울시 편입론을 제안한 이후 5일까지 일주일 동안 이 대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 2일 경제성장률 3% 회복을 위한 제안을 내놓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오늘 (회견은) 국민의 삶이 걸려있는 민생과 경제에 관한 이야기니까 그 얘기(김포 편입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5000만이 넘는 많은 사람의 운명이 걸린 대한민국의 국정은 정말로 진중하고 신중하고 그리고 엄중해야 된다”고만 밝혔다. 찬성이냐, 반대냐에 대해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기자회견에서 답변한) 이 정도로 즉답을 피해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었던 2017년 말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2017년 12월12일 남경필 경기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는 내일 경기도를 포기하겠다”면서 서울 광역도론을 제안했다. 그러자 다음날 이 시장은 SNS에 “남 지사님, 가도 너무 가셨다”면서 “주권모독이다. 자치분권강화와 세방화(세계화와 지방화의 동시 진행) 흐름에 역행하는 황당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또 남 지사와 함께 2017년 12월21일 JBCT에 출연해 서울 광역도론에 대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면서 “대한민국의 인구 절반을 한 자치단체로 통합하는 건 내년 개헌의 핵심 화두인 자치와 분권에 어긋난다. 원래 지방 자치는 지역 특색에 맞게 독자적으로 운영해보고 유기적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걸 너무 크게 합쳐놓으면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칸을 없애는 게 언제나 능사는 아니다. 불합리한 규제는 철폐해야 하지만, 통합이 필수 조건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울 광역도론과 김포시 서울 편입은 층위는 다르지만 연장선상에 있는 사안이다. 이 대표가 6년 전과 달리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지자체장에서 대선 후보이자 당 대표로 올라서면서 고려해야 하는 유권자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원하는 유권자들을 굳이 적으로 돌리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메가 서울’론은 김포뿐 아니라 서울 접경 경기 지역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을 노리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김포시 서울 편입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 역시 반대 여론이 압도적인 게 아니라면 굳이 반대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민주당 전체 입장도 명확히 정리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하철 5·9호선 연장 문제가 우선이라면서도 김포시 서울 편입 문제에 대해선 찬·반 입장을 내놓진 않고 있다. 원칙론보다는 표를 의식한 대응이 이어지는 셈이다.
당내에선 민주당이 추구해온 지방분권이라는 가치 아래서 김포시 서울 편입을 뚜렷하게 반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출되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전날 SNS에 김포시 서울 편입에 대해 “위험하고 무책임한 도박”이라면서 “야당이 찬반의 입장도, 뚜렷한 대안도 내지 않는 것은 당당하지 않다. 여당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생각인지 모르지만, 그런다고 이 소동이 멎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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