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슬라’ 대동, 중대형 트랙터로 북미 넘어 유럽 공략

네덜란드서 열린 총판대회 가보니
130마력 중대형 트랙터가 끌고
AI자율주행 가드닝로봇이 밀며
5년뒤 유럽시장서 매출 7배 목표
중동·아프리카 진출 전초기지로
무상보증 5년 보장...업계 최장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열린 ‘2023년 카이오티 유럽 총판 대회’ 야외 전시장에 대동의 중대형트랙터 HX1401 시리즈가 전시돼 있다. <델프트=이호준 기자>

“대동 트랙터에 앉은 누구든 설명서를 읽지 않아도 쉽게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또 대동 제품의 인체공학적인 구조는 소비자가 기계를 조종할 때 편안함을 느끼게 합니다.”

“시장에서 대동 농기계는 가성비가 뛰어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무상수리 보증기간이 5년으로 경쟁사보다 2배 이상 길다는 것도 큰 강점이죠.”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남서쪽으로 48km 가량 떨어진 델프트시에서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부터 이달 2일까지 국내 농기계 기업 대동의 ‘유럽 총판대회’가 열렸다. 유럽 각지에서 몰려든 농기계 딜러들 사이에선 짙은 주황색의 중대형 K트랙터에 대한 극찬이 쏟아졌다. 딜러들은 세계 최대 규모인 북미 농기계 시장에서 이미 검증을 마친 대동 트랙터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에 한껏 매료된 모습이었다.

최근 3년간 북미 시장에서 중소형 트랙터(20~60마력)로 K농기계 신화를 일군 ‘농슬라’(농기계업계 테슬라) 대동이 이젠 중대형 트랙터(60마력 이상)를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 북미에 이어 유럽시장을 제2의 도약 무대로 삼고 추후 아프리카, 중동 등 다른 대륙에 진출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총판대회 현장에서 만난 강승구 대동 유럽법인장은 “중소형 트랙터 시장에서 한 차례 성공신화를 쓴 대동이 중대형 트랙터 시장에서도 또 다른 성장스토리를 쓰겠다”며 “중장기적으로 유럽을 대동의 미래사업 전초기지로 만들어 오는 2028년 ‘유럽 법인 매출 5000억원’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중소형 트랙터 위주로 한국과 북미 시장을 공략해 왔던 대동에게 중대형 트랙터 시장은 새로운 먹거리다. 대동은 그동안 도심 조경과 도로 관리용에 쓰이는 중소형 트랙터 중심으로 유럽을 공략해 왔다. 이를 위해 2010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유럽 법인을 설립한 후 독일(직판)을 제외한 유럽 24개국에서 총판 체제(대동→총판→딜러)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미국시장 대비 80~90%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큰 유럽 트랙터 시장은 주로 중대형 마력대를 사용하는 전문 농업인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연 평균 약 18만대 규모인 유럽 트랙터 시장에서 60마력 이상 제품 비중은 약 70%(13만5000대)에 달한다. 기존 중소형 트랙터에 집중해 왔던 대동이 유럽 사업 방향을 중대형 트랙터로 본격 전환하게 된 배경이다.

이를 위해 대동은 우선 기존에 6종밖에 없던 중대형 트랙터 라인업을 내년 13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대동은 이미 국내에서 100~140마력대 트랙터 HX시리즈를 선보이고, 기술력과 라인업 강화를 추진해 왔다. 작년에는 유럽에서 HX트랙터 현지 필드 테스트를 추진하고, 올 초부터 시범 판매를 시작했다. 내년 1분기에는 디자인과 작업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신형 RX트랙터(60~80마력)와 HX트랙터 중 프리미엄 모델인 뉴HX1301(132마력), HX1401(142마력)를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대동이 그간 유럽에서 판매한 모델은 120마력대가 최고였는데, 130~140마력대 트랙터를 출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사업인 로봇과 모빌리티 기술로 개발한 가드닝 로봇 ‘로봇모어(Robot Mower)’도 내년 유럽 시장에 선보인다. 로봇모어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해 정해진 제초구역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풀을 깎는 로봇이다. 북미보다는 주택 면적이 작은 유럽에서는 쉽고 편리하게 정원이나 마당 관리를 할 수 있어 수요가 높다. 유럽 로봇모어 시장 규모는 2018년 164만대에서 작년 205만대로 약 25% 성장했고, 2027년에는 362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동은 유럽 시장에서 중대형 트랙터 매출을 올해 대비 내년에 120%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유럽 법인 매출에서 중대형 트랙터 비중을 현재 20%대에서 2028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중대형 트랙터에 힘을 싣기 시작하면서 대동의 전체 매출 성장과 이익률 개선도 기대된다. 소형에서 중대형 마력대로의 전환은 평균판매단가(ASP) 상향과 이익률 개선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