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도 홀린 K웹툰, 드라마 흥행 치트키 되다

이근아 2023. 11. 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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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주목받은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과 '이두나!', 디즈니플러스 '무빙'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재벌집 막내아들'(2022)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줄줄이 흥행하다 보니 해외에서도 K웹툰을 활용한 드라마 제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소스 발굴 차원에서 아예 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관이 매력적이고 원작이 있으니 각색 작가만 붙이면 바로 영상화할 수 있다"는 점을 웹툰 원작 드라마 제작의 강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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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원작 드라마, 투자 용이해 제작사엔 안전한 선택
연재 끝난 웹툰 조회수 더 높아... 웹툰 플랫폼도 '윈윈'
"서사·캐릭터 못 채운 드라마화, K문화에 악영향" 우려도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두나!'의 한 장면. 이 드라마는 캐릭터에 적합한 캐스팅 등으로 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넷플릭스 제공

해외에서도 주목받은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과 '이두나!', 디즈니플러스 '무빙'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됐다는 점이다. 세 드라마는 원작 인기를 토대로 웹툰 속 폭넓은 세계관이나 살아 숨 쉬는 캐릭터의 매력을 영상으로도 잘 살렸단 평가를 받았다.

요즘 K콘텐츠 업계에선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비롯해 ENA '낮에 뜨는 달', 디즈니플러스 '비질란테' 등 최근 석 달 새 방송되거나 공개를 앞둔 웹툰 원작 드라마만 최소 여섯 작품 이상이다. 유행이 번져 웹툰이 원작이 아닌 드라마를 찾기 힘들 정도다. '재벌집 막내아들'(2022)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줄줄이 흥행하다 보니 해외에서도 K웹툰을 활용한 드라마 제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일본 최대 민영 방송사인 후지TV는 국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청춘 로맨스 웹툰 '아쿠아맨'의 판권을 사 드라마로 제작해 2025년 방송한다.

웹툰 원작 드라마 제작이 이렇게 활발하게 이뤄지는 배경은 제작사 입장에선 유명 웹툰의 드라마 제작이 '흥행보증수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원작이 독자에게 먼저 사랑받다 보니 2차 영상물로 제작될 때 드라마 제작사들은 배우 섭외나 투자를 받기가 훨씬 수월하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소스 발굴 차원에서 아예 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관이 매력적이고 원작이 있으니 각색 작가만 붙이면 바로 영상화할 수 있다"는 점을 웹툰 원작 드라마 제작의 강점으로 꼽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초반 김모미는 가수를 꿈꾸지만 외모 때문에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하지만 밤에는 몸매를 강조하는 옷을 입고 춤을 추는 BJ 마스크걸로 활동한다. 초반의 김모미 역할은 신인 배우 이한별이 연기했다. 넷플릭스 제공
카카오웹툰의 아쿠아맨 한국 표지(왼쪽)와 일본 표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픽코마 제공

웹툰의 드라마화는 웹툰 플랫폼들이 원작의 영상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IP(지식재산권)를 통한 2차 매출 활로가 활짝 열리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웹툰·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상(2019년 6월~올 6월 기준·53개 작품) 공개 10일 전과 공개 후 10일을 비교할 때, 원작 거래액은 평균 439배, 조회수는 33배 상승했다. 드라마 제작이 이뤄지면 작가의 다른 작품도 특수를 누렸다. 넷플릭스에서 '마스크걸'이 공개된 뒤 원작 작가 매미(글)·희세(그림)의 ‘팔이피플’, ‘위대한 방옥숙’의 조회수는 각각 18배, 40배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웹툰의 드라마 제작이 이뤄지면 원천 IP의 수명도 덩덜아 길어지는 것이다.

웹툰 '이두나!'의 주인공 이두나. 사진은 이두나가 실제 앨범을 발행하는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음원인 '너에게만 들려주고 싶은 말'의 음원 커버. 툰스튜디오 제공

다만,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마구잡이로 제작되면서 그늘도 드리워지고 있다. 웹툰과 드라마의 다른 매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원작의 인기에만 기댄 드라마가 나오면서 K드라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는 "매체적 특성상 웹툰의 서사와 캐릭터가 드라마에 비해 약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각색하지 않으면 알맹이 없는 콘텐츠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야기 완성도에 대한 고민을 기반으로 작품의 질을 높여야 문화 산업으로의 경쟁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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