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무관, 어색하고 씁쓸한 전북
한껏 추락했던 명가의 자존심이 결국 회복되지 못하고 더 구겨졌다. 전북 현대가 무려 10년 만에 우승 트로피가 없는 한 해를 보내게 됐다.
전북은 지난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4 역전패를 당했다.
라이벌 울산 현대가 일찌감치 리그 2연패를 확정한 가운데 전북은 지난해에 이어 FA컵 2연패로 자존심을 지키려고 했으나 그마저도 끝내 물거품이 됐다.
아울러 전북은 2013년 이후 무려 10년 만에 ‘무관’으로 2023년을 마치게 됐다. 이번 시즌부터 ‘추춘제’로 전환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가 여전히 진행 중이긴 하지만, 2023년과 2024년에 걸치기 때문에 2023년 한정으로만 따지면 무관이 맞다.
전북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9시즌 동안 5연패(2017~2021) 한 차례를 포함해 무려 7번을 우승하며 K리그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2016년에는 리그와 FA컵 우승을 모두 놓쳤지만 ACL 정상에 올랐고 울산에 리그 우승을 내준 지난해에도 FA컵 우승으로 체면을 지켰다.
사실 이번 시즌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전력 보강으로 울산에 내준 리그 우승을 다시 찾아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선수들의 부상에 경기력마저 쉽게 올라오지 않으면서 강등권까지 처지기도 했다. 이 와중에 김상식 감독이 자진사퇴하는 일까지 일어났고, 김두현 대행체제를 거쳐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부임하며 혼란이 수습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전북의 경기력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제는 리그 4위까지 처졌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위 아니면 2위만 했던 전북 입장에서는 쉬이 납득할 수 없는 순위다.
무관으로 시즌을 마치게 된 전북 입장에서 남은 것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티켓 확보다. 티켓 배분 원칙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현재로선 ACLE 티켓은 리그 1~2위와 FA컵 우승팀에게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2위를 달리고 있는 포항이 FA컵 우승을 차지한 지금, 리그 3위만 차지해도 기회가 생겼다. 현재 3위 광주FC와 4위 전북의 승점 차이는 4점이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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