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자유권위, 한국에 "이태원 참사 규명해야…노조 탄압 우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국제연합(UN) 자유권위원회가 건설노조에 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 등 정부의 '노조 때리기' 기조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최근 1주기를 맞은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는 유족들의 주장대로 독립적 조사기구를 신설할 것을 우리 정부에 권고했다.
자유권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제5차 자유권규약 국가보고서'를 심의하고 이에 대한 최종견해를 지난 3일 발표했다. 2015년 4차 심의 이후 8년 만의 심의다. 이날 발표한 최종견해에서 자유권위는 한국의 '결사의 자유'와 관련해 2022년 이후 심화된 노동조합 탄압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정부는 건설노조의 노조활동을 '건폭'으로 지칭, 광범위한 압수수색 및 노조 간부 등에 대한 구속수사에 돌입하는 등 강경한 '노조 때리기'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에 지난 5월엔 고(故)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본부 3지대장이 정부의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분신, 끝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위원회는 특히 "전국건설노동조합 사무실에 대한 수 차례의 압수수색, 고액의 과징금, 조합원에 대한 소환조사, 구속 및 징역형 등 사법적 탄압과 낙인찍기를 포함하여 2022년부터 벌어진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심각한 탄압에 관한 보고에 우려한다"라며 정부가 노동기본권의 행사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구체적으로는 △노동관계법을 자유권 규약 22조에 부합하도록 개정할 것 △노조에 대한 낙인찍기, 개입, 사법적 괴롭힘이 없도록 하고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 △자유권 규약 22조에 대한 유보를 철회할 것 등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등 현행 노동관계법은 공무원, 교사,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 비정형 노동자들의 노조가입을 불허하고 있고, 교사·공무원의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에 대해서도 제약을 규정하고 있다.
위원회는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도 "한국 정부가 다중 인파 운집 참사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원인 규명을 위한 전면적이고 독립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해자들에게 효과적인 구제책이 제공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현재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태원 특별법'의 제정을 통해 '독립적조사기구를 설치해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해당 법안은 '정쟁법안'이라는 여당의 반대 속에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 또한 '이태원 참사는 이미 경찰·검찰의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이뤄진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날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기관 설립, 유책자 사법처리,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적절한 배상, 재발 방지" 등 유가족 측의 요구사항을 한국 정부가 조속히 이행해 줄 것을 권고했다. 구체적으로는 △진실을 규명할 독립적이고 공정한 기구를 설립하고 △고위직을 포함한 책임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보장하며 △유죄 판결을 받으면 적절한 제재를 가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적절한 배상과 추모를 제공하고 △재발 방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정부는 이와 관련 사실상의 권고 즉각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위원회 측 권고가 공개되자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경찰의 특별수사본부 수사, 검찰 수사, 국회 국정조사 등 대대적인 조사와 수사가 이루어졌다"라며 참사와 관련된 수사 및 조사가 이미 완결됐다는 해명을 내놨다.
이에 유족들은 5일 논평을 내고 "한국 정부의 즉각적 수용 불가 입장 발표는 유엔 회원국이자,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을 5회나 역임했고, 현재에도 유엔 자유권 위원과 사회권 위원을 동시에 보유한 국가로서는 보여서는 안 되는 무책임하고 상식밖의 태도가 아닐 수 없다"라며 "자유권위원회의 권고를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자유권위가 3일 공개한 최종견해에는 이외에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 사형제 폐지, 평화적 집회의 권리 보장, 국가보안법 제7조의 폐지 등을 권고하는 내용이 함께 담겼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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