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이사진 해임효력, '공익 영향'에 법원 1차 판단 갈려
KBS 이사 개인 영향력 주목한듯…일부 구체적 문제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KBS·MBC 이사진에 대한 무더기 해임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킬지를 두고 법원의 1차적 판단이 마무리됐다.
각각 다른 재판부에서 사건을 맡았지만 공교롭게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의 해임 처분 효력은 잇따라 정지됐지만, KBS 이사진 해임의 효력은 유지되는 결과가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9월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의 해임 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한 데 이어, 이달 1일 방문진 김기중 이사에 대한 해임 집행정지 신청도 받아들였다.
반면 KBS 남영진 전 이사장·윤석년 전 이사가 해임처분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은 9∼10월 같은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됐다.
이들의 이사직 복귀가 '공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가 재판부별로 판단을 엇갈리게 만든 주요한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행정소송법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있을 때 처분의 효력이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는 집행정지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법원은 방문진 권 이사장·김 이사의 경우 해임으로 인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고, 해임으로 인해 얻어질 공익도 크지 않다고 봤다.
특히 이들이 일개 이사로서 제한된 의사결정 권한만 갖는 점을 고려하면 직무에 복귀한다고 해서 이사회의 운영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적고 방문진의 공익 추구 활동도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고 봤다.
반면 KBS 남 전 이사장과 윤 전 이사의 재판부는 "이사 직무를 계속 수행한다면 KBS 이사회의 심의·의결 과정과 결과의 공정성이 의심받아 공익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상반된 판단을 내렸다.
특히 윤 전 이사에 대해서는 해임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직무에 복귀할 때 공익에 미칠 악영향이 그보다 더 크다며 기각했다.
방문진에 비해 KBS 이사 개인이 갖는 '공익에 대한 영향력'이 더 크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각 이사의 소명 내용이나 실제 직무 수행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윤 전 이사의 경우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변경 문제로 구속기소된 점이 이런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윤 전 이사는 구속되는 과정에서 적어도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는 법원의 잠정적 판단을 한 차례 받았다"며 "KBS 이사로서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이라고 봤다.
남 전 이사장에 대해서는 KBS 경영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KBS 이사회는 최고 의결기관으로서 KBS의 경영실적 악화를 개선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할 것이 요구되는데, 신청인은 이사로 약 2년간 재직하면서 이와 관련해 명시적인 안건을 심의·의결하였다는 자료가 없다"며 "이 상황에서 직에 복귀할 경우 KBS 이사회의 심의·의결 과정에 장애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달 김의철 전 KBS 사장의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도 구체적 직무 수행의 결과를 문제 삼으며 공익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재판부는 당시 "신청인(김 전 사장)의 인사권 행사로 KBS 주요 보직의 인적 구성이 특정 집단에 편중돼 공영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며 "신청인이 KBS 사장으로 계속 직무를 수행한다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집행정지 결정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막기 위한 가처분 성격인 만큼 향후 처분 취소를 다투는 본안 소송에서 밀도 있는 검토를 거친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일부 집행정지 사건은 아직 항고심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향후 이들의 해임취소 소송 본안 재판에서는 실제 이사로서의 직무 수행에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두고 한층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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