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한 직업계 고교생 "입학할 때 목표했던 기업, 고졸 안 뽑겠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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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계고 학생들의 진로가 녹록지 않다.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특고연)가 지난달 9~29일 직업계고 학생 1,006명을 대상으로 직업계고에 꼭 필요한 정책을 설문조사하고 5일 결과를 공개했다.
우수한 기술·기능 인재를 사회에 조기 진출시키려는 직업계고에서 학생들이 고전하고 방황하는 이유를 알리고자 당사자들이 중지를 모은 셈이다.
직업계고의 진학률 상승 추세가 학생의 적극적 선택이라기보다 고육책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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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양질의 일자리 부족" 토로
"자격증 응시 많게는 200만 원 들어"
"고등학교 입학 때 목표 삼았던 기업이 작년 이후로 고졸 인재를 채용하고 있지 않다. 우리 학교의 경우 그 기업 공채반이 따로 있을 정도로 비중이 있던 기업이다. 저를 비롯해 많은 학생들의 목표가 사라지게 됐다."
인천 상업계열 특성화고 2학년 한채원양
직업계고 학생들의 진로가 녹록지 않다.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의 올해 졸업생(578개교 7만1,591명)의 취업률은 55.7%로 지난해(57.8%)보다 2%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취업생(지난해 졸업생 기준) 가운데 취직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 계속 회사에 다니고 있는 비율(유지취업률)은 66.4%. 다시 말해 33.6%는 1년도 안 돼 회사를 관둔 것이다. 올해 졸업생 중 대학 진학을 선택한 비율은 47.0%로 지난해보다 1.8%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졸업생 다섯 중 하나(21.6%)는 취업도 진학도 입대도 하지 않았다.(교육부 '2023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특고연)가 지난달 9~29일 직업계고 학생 1,006명을 대상으로 직업계고에 꼭 필요한 정책을 설문조사하고 5일 결과를 공개했다. 특고연은 위험한 현장실습과 고졸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특성화고 학생들이 2017년 결성한 단체다. 우수한 기술·기능 인재를 사회에 조기 진출시키려는 직업계고에서 학생들이 고전하고 방황하는 이유를 알리고자 당사자들이 중지를 모은 셈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양질의 일자리 확대'가 응답률 42.9%(복수 응답)로 '꼭 필요한 정책' 2위로 꼽혔다. 특고연은 "직업계고 졸업생이 취업하는 사업장은 노동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아 취업생의 40%는 1년 내에 그만둔다"며 고졸 일자리의 질과 양을 모두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대학 졸업 취업생(2021년 졸업자 기준)의 1년 유지취업률은 79.7%로, 직업계고 출신 취업생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특고연은 "여기에 고졸 채용 규모가 줄어들고 승진에서 고졸 노동자를 차별하는 경우도 여전히 많다"며 "이런 현실을 직시한 학생들이 진학을 선택하면서 취업률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밝혔다. 직업계고의 진학률 상승 추세가 학생의 적극적 선택이라기보다 고육책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
직업계고는 사교육비 지출 부담이 덜할 것 같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이번 조사에서 직업계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요구한 정책은 '자격증 취득 비용 지원'(59.1%)이었다. 특고연은 "취업을 위해 학생 1인당 적게는 10만 원, 많게는 200만 원 가까이 자격증 취득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며 "이뿐 아니라 교재비, 수강료, 실기 연습을 위한 재료비 등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서울 염광여자메디텍고 1학년 고하은양은 "자격증 취득 비용을 바우처를 통해 지원받고 있는데 100%를 지원해 주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10~50%만 지원하는 학교도 있다"며 "지원금 기준이 분명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원하는 전공이 개설된 직업계 학교를 먼 거리를 통학하는 학생들은 교통비 부담도 크다. 이번 조사에서 3위로 꼽힌 정책이 교통비 지원(38.4%)이었다. 특고연은 "설문에 참여한 한 학생은 조조할인을 받고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새벽 6시에 집을 나선다고 한다"며 "경기도에서 서울로 통학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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