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요!"... 에미넴도 울고갈 칠곡 할미넴들의 랩배틀

전준호 2023. 11. 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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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요! 소도 팔고 닭도 팔던 왜관시장, 시장해도 돈 없어서 못 사 먹던 시절~."4일 경북 칠곡군 원도심에 범상치 않아 보이는 두 무리의 할머니들이 나타났다.

슬리피가 홍보대사와 심사를 맡게 된 것은 칠곡 할머니들에게 랩을 지도하면서 맺은 인연 때문이다.

슬리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섰던 예전의 제 모습을, 칠곡 할머니들에게서 볼 수 있었다"며 "할머니들의 삶과 인생이 담긴 랩이 많은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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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북 칠곡 원도심축제서 랩 경연 
'보람할매연극단' vs '수니와칠공주' 
'나 어릴 적 왜관' 주제로 프리스타일
경북 칠곡의 할머니들로 구성된 래퍼그룹이 4일 칠곡군 원도심에서 솜씨를 뽐내고 있다. 칠곡군 제공

“헤이 요! 소도 팔고 닭도 팔던 왜관시장, 시장해도 돈 없어서 못 사 먹던 시절~.”
4일 경북 칠곡군 원도심에 범상치 않아 보이는 두 무리의 할머니들이 나타났다. 한쪽은 헐렁한 티셔츠와 바지, 벙거지 모자에 치렁치렁한 목걸이를, 다른 무리도 회색 티셔츠에 스냅백 스타일 모자, 검정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희끗희끗한 머리에다 얼굴에 핀 주름살과 어울리지 않는 옷 차림의 이들이 다소 엉성하지만 라임을 맞춘 랩을 시작하자, 주변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쏟아졌다.

국내 처음으로 할머니 래퍼들의 그룹 배틀(경연)이 펼쳐졌다. 칠곡군에서 열린 '쩜오골목축제'에서 특별행사로 할매래퍼그룹인 '보람할매연극단'과 '수니와칠공주' 배틀대회를 연 것이다. 두 그룹 모두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뒤늦게 한글을 깨치고 랩에 도전한 8인조 할머니 래퍼 그룹이다. 심사위원은 김재욱 칠곡군수와 홍보대사로 위촉된 슬리피가 맡았다.

칠곡 할매래퍼그룹이 4일 칠곡의 원도심에서 프리스타일로 랩을 선보이고 있다. 칠곡군 제공

이날 대회에서 두 할매래퍼그룹은 '나 어릴 적 왜관'이라는 주제로 프리스타일 랩 대결을 펼쳤다. 할머니들은 축제장을 찾은 관람객에게 나이를 잊은 퍼포먼스로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슬리피와 김 군수는 우열을 가리지 못해 무승부로 판정했다.

슬리피가 홍보대사와 심사를 맡게 된 것은 칠곡 할머니들에게 랩을 지도하면서 맺은 인연 때문이다. 김 군수도 이러한 사연을 접한 후 정상급 연예인의 친숙한 이미지를 통해 칠곡할매래퍼를 알리기 위해 홍보대사를 제안했다.

경북 칠곡의 두 할매래퍼그룹이 래퍼 슬리피와 김재욱 칠곡군수와 함께 승부욕을 다지고 있다. 칠곡군 제공

이날 직접 랩 시범까지 보인 슬리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받았던 모자를 김 군수에게 전달하며 할머니를 응원했다. 슬리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섰던 예전의 제 모습을, 칠곡 할머니들에게서 볼 수 있었다"며 "할머니들의 삶과 인생이 담긴 랩이 많은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김 군수는 "할머니가 랩을 하시는 경우도 흔치 않지만, 그룹배틀은 유일하다"며 "나이 아흔이 넘어 랩을 하는 어르신처럼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칠곡= 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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