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쟁 경제’는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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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측정 방식으로 따지면 미국 경제는 꽤 괜찮은 편이다.
지난 분기에 미국 경제는 연율 기준 5% 가까이 성장했다.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총과 버터 사이의 균형, 군사비와 국내 경제 간의 문제다.
그러나 어느 지점에서는 군사비 지출 중독과 미국인들의 경제적 요구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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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미-중 패권 전쟁]
[세계의 창]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전통적 측정 방식으로 따지면 미국 경제는 꽤 괜찮은 편이다. 공식 실업률은 4% 아래다. 지난 분기에 미국 경제는 연율 기준 5% 가까이 성장했다. 인플레이션은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미국인들은 물건을 사고, 파티를 열고, 휴가 여행을 떠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지난해 경기침체를 예고했지만 적어도 지금은 현실화하지 않았다.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미국도 코로나19 사태로부터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총과 버터 사이의 균형, 군사비와 국내 경제 간의 문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양자택일이 아니라 둘 다 해낼 수 있는 문제로 여기고 있다. 문제는 군사와 비군사 분야 지출을 언제까지 늘릴 수 있느냐다.
미국은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군 뒤 주요 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시리아를 계속 공습하고 이라크에 일부 파견대를 남겨놓고는 있다. 또 독일·일본·한국을 중심으로 미군 17만명이 해외 기지 수백곳에 주둔하지만 분쟁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상황은 이제 끝났다. 그런데도 역설적으로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2017~2023년 국방부 기본 예산은 50% 이상 늘었다. 2024년 군사비 지출은 8860억달러(약 1162조원)에 이를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지원 등을 위한 추가 지출을 포함하면 1조달러까지 증가할 것이다. 세계에서 15개 나라의 예산만이 미국의 군사비를 넘어선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시에 국내 경제를 위해 많은 지출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에는 코로나 사태 대응에 1조9천억달러 규모 예산을 마련했다. 같은 해 기반시설 예산 1조달러도 만들었다. 이듬해에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수천억달러를 지출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제정됐고, 반도체 분야에 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물론 이런 지출은 세수 확대나 다른 수단으로 벌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재정적자가 사실상 두배로 증가하는 데 기여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33조달러로, 중국·일본·독일·인도·영국의 총생산을 합친 수준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121%다. 이 정도 부채 비율을 지닌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보통 부채위기를 겪는다고 평가한다. 미국은 달러가 기축통화라 문제를 모면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세금을 올리거나 채권을 더 발행해 수입과 지출의 간극을 메울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지점에서는 군사비 지출 중독과 미국인들의 경제적 요구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지원액은 500억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비살상 물품 이상의 군사 원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라고 설득하는 이유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610억달러를 배정한 것을 비롯해 1050억달러의 추가 안보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이에 대한 의회 내 다툼이 주목을 끌지만 전체 군사비 지출의 큰 몫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무관하게 돈이 많이 드는 함정, 군용기, 우주무기가 차지한다. 아시아에서의 군사정책 전환을 추진하는 미국이 진짜 신경 쓰는 것은 대만을 흡수하고 남중국해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의 군사력에 맞설 수 있는 수준에 근접해가는 유일한 나라다.
미국과 중국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계속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며 전쟁뿐 아니라 부도, 정치적 불안정, 경제 침체라는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미·중은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다른 나라들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재원도 확보해야 한다. 총과 버터에 계속 많은 돈을 쓰며 전쟁과 경제 붕괴를 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지구는 그런 전략을 감내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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