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탁용석 경기콘텐츠진흥원장
경기도는 명실상부한 콘텐츠 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콘텐츠 산업의 매출액은 28조4천억원에 육박하고, 콘텐츠 산업 수출액 역시 4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로 설립 22주년을 맞은 경기도콘텐츠진흥원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성장세가 더 이어질 것인지 정체할 것인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취임한 탁용석 경기콘텐츠진흥원장을 만나 경기도 콘텐츠 산업의 미래와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Q. 경기콘텐츠진흥원장으로 취임한 지 100일이 넘었는데, 그간 소회가 궁금하다.
A. 원장 취임 후 크게 3가지 과제가 있었다. 특히 내부 구성원들이 기관에 대해 갖고 있던 문제의식이 많아 이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먼저 경콘진의 가장 큰 복지 제도였던 자율출퇴근 제도가 위협받는 상황이 있었고, 구성원들이 이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매듭을 풀기 위해 경기도와 협의했고, 지금은 문제가 해결돼 일단락된 상황이다.
또 하나가 무기계약직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상대적 박탈감 문제였다. 이른바 ‘원팀’의 정신을 해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쌓여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체를 만들었고, 지난달 31일 1차적으로 서로 합의를 한 상황이다.
내년 사업 구상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사업에 대한 개선, 사업의 반영, 예산의 대응 등이 동시에 이뤄져 바쁘게 보냈던 것 같다. 지난 3개월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였다. 지금 와서 보면 한 1년 같았다.
Q. 지난달 ‘경기 인디뮤직페스티벌 2023’이 성황리에 끝났다. 원장 취임 후 맞는 기관의 주요 행사 중 하나였는데.
A. 경기 인디뮤직페스티벌은 경기도에서 아마추어 밴드와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인디스땅스’와 결합이 돼 있는데, 수상자들의 수준이나 규모 등 모든 면에서 놀랐다. 또 이러한 대규모 행사를 하면 관객들의 안전도 우려스러웠지만, 참여 주체들이 그런 문제들을 놓치지 않아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었다. 콘서트에 온 관객들의 열정 등 모든 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내년에는 한 단계 질적인 변화를 이루려고 하고 있는데, 그중 핵심이 ‘글로벌’이라 생각하고 있다. 해외에 주요 아시아권 콘서트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교류를 통해 좋은 역량을 갖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해당 콘서트에 참여하고, 또 제휴를 맺은 아티스트들이 우리나라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동남아권 등과 논의를 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글로벌하게 확산해보려 한다.
내년에 어디서 개최할 지는 아직 논의 중이지만, 최근 서울 편입 논란이 있는 김포시에서 개최해 김포시민들과 함께 축제를 즐기는 것도 어떨까 싶다.
Q. 먼저, ‘콘텐츠’란 용어, 명료하면서도 복잡한 개념이기도 하다. 원장님이 정의하는 콘텐츠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콘텐츠는 ‘일상이자 미래’로 정의하고 싶다. 콘텐츠는 대한민국이 세계적 위상을 선도하는 분야 중에 하나임에는 확실하다. 일반적으로 한류가 확산된 지역에서 우리나라 일반 상품의 수출 경쟁력은 약 3배 정도 올라간다는데 그런 점에서 미래지향적이라 볼 수 있다. 또 청년들이 가장 종사하고 싶어하는 분야 중 하나가 콘텐츠 분야다.
아울러 콘텐츠 산업은 우리 지구의 미래와 관련해서도 중요하다. ESG 등 환경 문제는 우리에게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중요한 이슈다. 그런 점에서 콘텐츠 산업은 굴뚝 산업이 아닌 만큼 탄소 생산량이 낮은 산업이다. 정리하면 콘텐츠는 우리 시민들에게 더 밝은 일상과 미래이고, 청년들에겐 삶의 희망, 산업으로서도 성장 규모가 크고 지구 환경과 연관이 돼 있는 중요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Q. 30년 가까이 콘텐츠 분야에서 일해 온 콘텐츠 전문가로서 그간의 경력과 현 직책을 놓고 봤을 때, 같은 점과 다른 점이 있다면.
A. 같은 점은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일을 계속 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콘텐츠 분야를 떠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점은 과거에는 사기업의 성장과 이익을 위해 일을 했다면, 지금은 공공의 영역 안에서 콘텐츠가 갖고 있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넓히는 일을 하고 있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과거의 일은 ‘돈을 버는 일’이었고, 지금 하는 일은 ‘돈을 쓰는 일’이다. 둘은 굉장히 다르다. 다시 말하면 현재는 세금을 쓰는 일이기 때문에, 세금이 보다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도록 정성을 들여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자세인 것 같다. 또 아무리 좋은 마음을 갖고 있어도 해당 분야를 모르면 잘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성도 중요하다.
Q. 경콘진 사업은 크게 콘텐츠 산업지원, 창업지원, 미래콘텐츠 육성으로 나뉜다. 각 분야 대표적인 사업에 대해 소개해달라.
A. 현재 경콘진이 역점을 둔 사업 중에선 과거에는 영화 제작 지원과 같은 전통적인 장르 지원 사업들이 매우 많았다. 최근에 가장 크게 바뀐 점 중 하나가 스토리의 원형인 원천 IP를 중심으로 산업을 활성시키기 위한 사업들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IP 관련 사업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돼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내년에 착공될 것으로 기대 중인 고양시의 ‘IP 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가 완공이 되면, 이곳을 거점으로 IP의 생성, 유통 등을 주도적으로 해 나갈 생각이다.
아울러 전통적인 영역의 콘텐츠 산업은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게 확산되고 융합되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AI, XR, AR 등의 기업들이 경기도에도 많이 자리잡고 있고, 이미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다. 이 기업들에게 경콘진이 ‘투자 맛집’이 돼 기업들이 자유롭게 자기 회사를 소개하고 투자 받을 수 있는 여건을 크게 늘려 주고 싶다. 이미 경콘진은 NRP, 넥시드 등 투자 프로그램이 운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브랜드들을 내년에는 더 크게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
Q. 경콘진에선 권역별로 경기문화창조허브를 운영하는 등 지역과 연계한 콘텐츠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경기도라는 지역의 강점과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A. 경기도는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중추를 담당하는 곳으로 성장했다. 경기도의 GRDP(지역 내 총생산)가 50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데, 그중 콘텐츠 산업이 30조원을 넘었다. 다시 말해, 콘텐츠 산업은 경기도의 GRDP에 6~7%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이며, 이미 경기도는 콘텐츠 산업의 리더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성장 규모에 비해 경기도의 콘텐츠에 대한 예산 규모 등은 턱없이 적은 상황이다. 적당한 제작 지원 사업만 갖고는 콘텐츠 산업을 이끌어 갈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경기도가 앞으로 주력해야 할 부분은 콘텐츠 사업을 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인데, 이것은 정책의 영역이다. 이미 경기도는 서울 등 다른 지역보다 콘텐츠 사업을 하기에 더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정책의 뒷받침 여부에 따라 성장세를 더 이어나가게 될 지, 주춤할 지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 콘텐츠 산업의 중추는 서부의 LA인데, 이곳은 중앙정부의 영상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와 함께 세제 혜택 등 캘리포니아만의 ‘온리원’ 정책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경기도도 경기도의 ‘온리원’ 콘텐츠 산업 진흥정책을 빨리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경콘진은 경기도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생각이다.
Q. 마지막으로 임기 동안 경기콘텐츠진흥원장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점이 있다면.
A. 경기콘텐츠진흥원 구성원 모두가 우리가 최고의 기관이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이는 우리가 경기도 콘텐츠 산업을 궤도에 올릴 수 있다는 자부심이기도 하다. 구성원들이 이러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일조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부수적인 문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으리라 본다.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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