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박기 60여대서 '동박' 쏟아져···"세계 최초로 4㎛ 두께 생산"
1공장 지난달부터 상업 생산 개시
전공정 자동화로 생산성 20% ↑
2공장 가동시 150만대분 물량
인건비·전력비·세금 절감 3박자
첫 해외기지에 가격경쟁력 상승
국내에는 휴양지로 잘 알려져 있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현지 공항에 도착해 자동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30~40여 분가량을 달리면 SKC(011790)넥실리스가 준공한 축구장 23개 크기의 단일 규모 세계 최대 동박 생산 공장이 나타난다. SK넥실리스는 2021년 7월 이곳에 2개 공장을 지었으며 지난달 말 제1공장이 첫 출하를 시작했다.
1일 방문한 1공장 내부는 방진복을 착용해야만 입장할 수 있었다. 멸균실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성인 키보다 훨씬 큰 지름의 드럼(제박기) 60여 대가 오와 열을 맞춰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머리카락보다 얇은 4~12㎛(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두께의 동박이 끊임없이 생산된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만든 막으로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감싸는 필수 재료다. 이 동박 두께가 얇으면 얇을수록 전체 배터리 무게도 가벼워지기 때문에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기술력으로 통한다. 이 공장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얇고 넓고 긴 동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SK넥실리스의 설명이다. 신동환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법인장은 “SK넥실리스는 경쟁사들을 제치고 세계 최초로 4㎛ 두께의 동박 생산에 성공했다”며 “3.5㎛ 두께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도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동박을 만들어내는 생산성도 경쟁 회사보다 20% 이상 우수하다. 이 공장이 쓰는 제박용 드럼의 지름이 3m에 달해 경쟁사 대비 10% 이상 크기 때문이다. 드럼 1바퀴를 굴릴 때 생산되는 동박의 양이 더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제박기에서 생산된 동박은 즉시 6톤 무게의 롤 형태로 다시 말린다. 이 롤을 펴면 그 길이가 60㎞에 이른다. 동박 한 롤로 대략 서울시청에서 용인시청까지의 거리를 덮을 수 있는 셈이다.
이 공정을 지나자 무인 자동이송대차(AGVE) 한 대가 보관함에 있던 롤을 싣고 이동해 슬리팅머신(SM)이라고 불리는 기계 앞에서 멈췄다. 여기서는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따라 동박을 다양한 폭으로 자르는 슬리팅 공정이 한창이었다. 이후 각 크기에 맞게 잘린 동박들은 자동광학검사(AOI)를 통해 표면의 주름·이물질·구멍 등 불량 여부에 대한 품질 검사를 받게 된다.
김대중 SK넥실리스 품질보증팀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사람이 직접 옮기다 보니 동박이 파손되거나 사람이 다치기도 했다”며 “우리 공장은 동박의 이동·생산·슬리팅·검사 전 공정을 자동화·체계화하며 소수 인력만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검사까지 끝낸 동박들은 포장된 후 각 고객사로 출하될 준비를 마쳤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생산된 동박은 전기차 등에서 사용되는 2차전지 음극의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지난달 생산을 시작한 코타키나발루 1공장과 내년 상반 준공되는 2공장까지 합칠 경우 말레이시아에서만 5만 7000톤의 동박이 생산되는데 이는 약 150만 대의 전기차에 들어갈 수 있는 물량이다.
특히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은 인건비·전력비·세금 절감이라는 3박자를 갖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박 생산은 다른 산업 대비 사용되는 전력량이 많다. 실제로 이 공장에서는 동박 생산을 위해 매달 80㎿(메가와트)의 전력을 사용하는데 이는 사바주 전체의 절반 규모에 육박한다. 말레이시아는 타 동남아 국가 대비 전력비가 70% 수준으로 저렴하고 SK넥실리스는 사바주 정부와 협의로 최저 요금까지 적용받고 있어 메리트가 상당히 큰 상황이다.
현지 직원들 역시 이공계를 졸업한 고급 인력임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 최저임금(약 40만 원)의 2배 수준을 받고 있어 인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여기에 코타키나발루산업단지(KKIP)에 입주한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가 추진 중인 국가경제회생계획(PENJANA) 정책의 일환으로 법인세 면제 등의 인센티브까지 제공받고 있다. 풍진제 사바주 산업부 장관은 “SKC가 말레이시아에 동박 공장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법인세를 감면하고 법적 승인 절차도 최대한 빠르게 진행했다”며 “구체적으로 수치를 말할 수는 없지만 외국 기업 중 가장 큰 혜택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공장은 SKC의 첫 해외 기지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신 법인장은 “그동안 전북 정읍 4~6공장 증설로 축적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9000억 원을 투자해 60여 개의 경쟁사 대비 압도적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글로벌 넘버 원 동박 생산기지라는 이름에 맞춰 고품질의 동박 공급을 확대해 대한민국 2차전지 산업 발전에 기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청조 '고환이식' 했다더라' 남현희 주장…실제로 수술 가능할까
- 뼈해장국 먹다 깜짝 놀란 백종원 “혹시 건물주세요?” 무슨 일이길래
- 밥 먹고 10시간 만에 '사망'…공포의 '볶음밥 증후군' 뭐길래?
- “방송연예과 여대생이면 룸살롱 뛰나”…동덕여대생들 가세연에 '울분'
- '암 연구하다 암 환자 됐지만'…카이스트 학생들의 눈물겨운 실패담 들어보니 [일큐육공 1q60]
- 전청조 몰던 마이바흐는 '짝퉁'…'소유주는 남현희' 카라큘라 주장
- “서울에서 꼭 살아야 하나”…수도권 집중 폐해에 한은이 내놓은 답 [조지원의 BOK리포트]
- 혼자 사는 남편, 반찬도 챙겼는데…'이혼하자'했다가 살해당한 아내
- 전청조, 성폭행 학생에 '너 코치랑 했냐?'…남현희는 '떡볶이·피자' 회유
- '아이폰 급나누기' 했더니…팀쿡 'I am 성공이에요'[양철민의 아알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