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수권] 남자단식 첫 우승한 이재문, "이 영광 아버지에게 돌리고 싶다"

한국선수권 남자단식 정상에 오른 이재문

김천 출신 이재문(KDB산업은행)이 고향에서 열린 한국테니스선구권에서 작년 준우승을 딛고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재문은 5일 경상북도 김천시 김천종합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제78회 하나증권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작년 우승 트로피를 내준 정윤성(의정부시청)에게 1-6 6-3 7-5로 승리했다.

이재문은 "한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대회에서 우승하게 되어 기쁘고 작년에 아쉽게 준우승 했지만 올해 극복한 거 같아서 기쁘다. 복식도 우승했으면 (정)홍이와 같이 트로피를 들어올렸을  텐데 준우승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재문은 작년 정윤성에게 세트스코어 0-2로 완패를 당했지만 오늘 경기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정윤성의 3연패를 저지했다. 이재문은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이번 대회에 임했다고 했다.

이재문은 "간절했다. 다른 대회에서는 다 우승 해봤는데 한국선수권은 없었다. 고향에서 열리기도 하고 그래서 더더욱 우승하고 싶었다. 젊은 나이가 아니니 한살이라도 어릴 때 우승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이재문은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수상한 뒤 관중을 향해 아버지에게 이 영광을 돌리겠다고 말했다. 이재문은 "18살 때 암으로 돌아가셨다. 윔블던에서 트로피 든 걸 보고싶다 하셨는데 김천에서라도 이렇게 트로피를 드니까 이렇게 잘 컸다라고 말할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 아버지에게 영광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테니스를 시작한 이재문은 김천의 모암초, 성의중을 졸업하고 일본에서 약 3년 반 동안 유학을 다녀왔고 이후 울산대에 진학했다.

이재문은 1세트를 쉽게 내주며 흔들렸지만 2세트부터 정윤성의 공격적인 플레이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4번째 게임에서 이번 경기 첫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균형을 맞췄다.

두 선수는 3세트에서 서로 브레이크를 주고 받는 공방전을 벌였다. 정윤성이 11번째 게임 브레이크 위기에서 기습적인 언더서브를 시도했지만 이재문이 잘 대처하며 서빙포더매치를 만들었다.

정윤성이 더블 브레이크 기회를 창출하며 압박했지만 이재문이 침착하게 위기를 넘겼고 마지막 매치포인트에서 상대의 리턴이 라인 밖으로 벗어나자 코트 위에 눕는 세리모니를 보여줬다.

이재문은 "백핸드가 원래 좀 약점이었는 데 오히려 백핸드로 맞받아 치는 것보다 슬라이스를 많이 섞었다. 하면서 점점 더 좋아졌다. 범실도 적었고 승리의 요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문은 고향에서 열린 대회인 만큼 경기 내내 관중들의 큰 응원을 받았다. 어머님, 여자친구, 고향 선배 등 많은 사람이 경기장에 찾아와 이재문을 응원했다.

이재문은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홈에서 이점을 많이 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이재문은 이후 곧바로 해외 투어에 복귀한다. 태국을 거쳐 말레이시아까지 총 3개의 ITF 국제대회를 소화한 뒤 시즌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재문은 "올해 국제 대회를 많이 뛰며 ATP 랭킹도 올랐다. 챌린저 예선과 ITF 대회에 계속 도전하면서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그랜드슬램 예선에 오르고 싶다"고 전했다.

남자단식 준우승 정윤성

우승을 확정 짓고 응원해준 분들에게 하트를 보내는 이재문

 
결승에서 수준 높은 패싱샷을 보여준 이재문

글= 박상욱 기자(swpark22@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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