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AI 스타트업에 수십억 달러 투자한 만큼 클라우드로 수익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이 이미 투자에 상응하는 수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테크가 독과점하고 있는 클라우드(가상서버) 서비스가 챗GPT 같은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가동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빅테크는 AI 스타트업의 가장 큰 후원자인 동시에 가장 직접적인 수혜자”라고 했다.
3일(현지 시각) WSJ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 9월 오픈AI의 경쟁 업체 엔스로픽에 최대 40억 달러(약 5조25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앤스로픽은 앞으로 5년 동안 아마존의 클라우드 플랫폼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 4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 구글도 올 들어 앤스로픽에 25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는데, 앤스로픽은 구글클라우드 플랫폼 사용에 30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아마존과 구글 모두 투자금을 고스란히 클라우드 사용료로 돌려받거나, 오히려 더 벌어들이는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마찬가지이다. MS는 지금까지 오픈AI에 130억 달러를 투자했다. 4년 전 처음 투자할 당시, 오픈AI는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에서 AI 모델을 독점적으로 훈련하고 이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출시하는 데 합의했다. 오픈AI는 MS 클라우드 사용에 연간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챗GPT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클라우드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빅테크 입장에서는 AI 스타트업이 성공하면 지분 가치가 급등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클라우드로 수익을 보기 때문에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인 셈이다.
클라우드는 이미 빅테크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MS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애저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29% 증가했다고 밝혔다. 성장의 3%포인트는 AI로 인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대부분이 오픈AI와 이를 기반으로 구축된 제품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AI 스타트업 킨도의 공동 창업자 마거릿 제닝스는 WSJ에 “빅테크는 투자 자금을 회수한 것은 물론 스타트업의 연구와 제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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