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민 손 뿌리치고 '신당' 예고한 이준석…'與 통합' 어디까지
연일 비윤(비윤석열)계와 접촉을 시도하며 여권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난관에 봉착했다. 인 위원장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기 위해 부산을 '깜짝' 방문했지만 냉랭한 응대 속 결국 회동이 불발됐다. 이 전 대표가 대화 거부에 이어 구체적인 '신당 창당' 시사까지 하는 터라 혁신위의 통합 행보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 위원장은 전날인 4일 이 전 대표가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개최한 토크콘서트 현장을 방문해 회동을 시도했지만 성사하지 못했다. 이 전 대표는 혁신위 활동과 당 지도부 행보에 강하게 반발하며 사실상 회동할 의사가 없음을 나타냈다. 이 전 대표는 콘서트에 참석한 인 위원장을 향해 그의 영어 이름인 'Mr. Linton'(미스터 린튼)을 부르며 우리말이 아닌 영어로 응대했다. 특별귀화를 통해 명확한 '한국인'으로서 우리나라 국적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한국말도 누구보다 유창한 인 위원장에게 이같은 태도로 대하는 건 선긋기를 넘어 조롱 수준의 적대감까지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영어로 "대화를 위한 전제조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실망스럽다. 지금 상황에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 제가 환자로 보이는가.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도움이 필요한 상태니 그 환자를 꼭 봐달라.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토크콘서트 중에도 날 선 말들이 이어졌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을 향해 "이노베이션(혁신)보다 레볼루션(혁명)이 나을 것 같다. 혁명의 일부가 돼라"며 "혁신이라는 말로 고쳐 쓸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인 위원장은 토크콘서트가 끝나자마자 자리를 뜨며 이 전 대표에 대한 견해와 향후 만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오늘(4일)은 들으러 왔다"며 "생각을 정리해 서울에서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1호 혁신안으로 당내 징계대상자에 대한 징계 해제를 건의함과 동시에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나며 비윤계 목소리를 듣는 행보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 전 대표의 마음마저 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은 실패했다"고 규정하며 직접 신당 창당까지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5일 공개된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내일 총선을 한다면 국민의힘은 100석도 위험하다고 확신한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이어 이긴 정당을 1년 만에 폐허로 만든 사람들"이라며 친윤계와 대화 가능성에 대해 "대화라는 것도 최소한 신뢰가 존재할 때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권 내부의 근본적 변화가 없다면 신당을 창당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신당 창당은 보수 절멸을 막기 위한 시도"라며 창당 의지를 밝혔다.
이 전 대표의 강경한 태도에도 혁신위는 여권 통합을 위한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김경진 국민의힘 혁신위원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이 전 대표와 회동 불발에도 불구하고) 인 위원장은 '로우키'로 가겠다는 생각"이라며 "어쨌든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경청하고 '통합'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혁신위는 내주 영남권을 찾아 민심 청취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 위원은 "수요일(8일) 대구에 갈 가능성이 높다"며 "일차적인 기본 키워드는 '민심 청취'"라고 했다. 그러면서 "3차 회의는 목요일(9일) 진행될 예정이다. 안건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유승민 전 의원이 연말까지 국민의힘에 변화 등을 지켜본 뒤 신당 창당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 전 대표발 신당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다만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윤 대통령과 경쟁했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탈당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확인했다. 홍 시장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SNS)에서 자신을 당의 '본류(本流)'라 강조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와중에서도 당을 지키고 살린 내가 탈당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와는 차별화된 입장이다. 총선을 전후한 일련의 흐름 속에 당이 흔들리고 중심 세력이 무너져 재편될 경우 그때 역할을 할 지언정 탈당을 해서 신당을 차리는 식의 행동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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