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에 붉디붉은 립스틱 바른 듯…허브향의 핫립세이지[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새의 부리 닮은 듯…꽃말은 가정의 덕망, 건강, 존경
5∼7월 개화기간이지만 서리가 내릴 때까지 오래 피기도
‘민트·바질’과 더불어 허브류 중에서 가장 큰 집안…‘샐비어’로 불려
고대부터 만병통치약 식물로…‘불멸의 허브’ 명칭도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붉은 입술을 가진 허브 향기의 ‘핫립세이지(Hotlipsage)’ 꽃은 유독 눈길을 끈다. ‘핫 립(Hot lip)’ 이름 그대로 마치 립스틱을 바른 것 같아서 더욱 매력적인 식물이다.
꼬꼬닭이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새의 부리를 닮은 듯한 꽃 모양이 시선을 사로잡는, 맵시 좋은 스타일리스트 면모를 과시한다.
핫립세이지는 처음엔 빨간색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흰색으로 변한다. 허브 종류라 향도 좋고 이파리 모양도 예뻐서 관상용으로 많이 키우는 식물이다.
핫립세이지는 멕시코 원산의 꿀풀과 여러해살이풀이다. 상큼한 꽃과 향기를 지닌 ‘체리세이지(Salvia greggii)’ 변종으로 씨앗이 맺히지 않아 삽목으로만 번식이 가능하다. 월동이 가능하다. 세이지 종류 중에서 유일하게 꽃잎이 두가지 색을 동시에 띤다. 기온에 따라 흰색과 붉은색을 동시에 띠기도 하며 흰색, 붉은색 꽃을 각각 피우기도 한다. 5∼7월이 개화기간이긴 하지만 서리가 내릴 때까지 피어 있기도 한다. 개화 기간이 길어 도로변이나 공원의 화단에 자주 심는다.
세이지 종류는 대부분 잎의 향이 매우 강하다. 실제로 바람이 불거나 핫립세이지 마른 잎을 다듬어 주기 위해 식물을 사부작거리며 만지다 보면 핫립세이지 향기가 진하게 전해온다.진한 향 때문에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 세이지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기고 치료제로 사용하기도 했다. 잎과 줄기를 말려서 차로 이용할 수 있는데 임산부는 음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꿀풀과에 속하는 방향성 식물인 세이지는 기후가 온화한 지역에서 자란다. 풍미가 매우 강하고 장뇌 향과 약간의 쌉싸름한 맛을 지닌 이파리는 기름진 음식(샤퀴트리, 돼지고기, 장어, 스터핑 혼합물 등)이나 영국의 더비(derby) 등 일부 치즈의 향신 양념재료로 사용되거나 각종 음료수, 인퓨전 티, 가향 식초 등에 넣어 향을 더하는 데 쓰인다.
핫립세이지는 키가 30∼60㎝ 정도 자란다. 꽃은 빨간색과 흰색 두 가지 색을 띤다. 햇볕이 잘 들고 배수가 잘 되는 토양에서 잘 자란다. 물주기는 흙이 마를 때마다 충분히 주는 것이 좋다. 추위에 강한 편이므로 겨울철에도 야외에서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 향이 좋아서 향료로도 사용되며 잎은 차나 잼을 만드는 데에도 사용된다.
방부, 향균, 소독, 살균에 효과가 있어 차로 이용해 가글을 하거나 잇몸 염증을 예방할 수 있으며 치아를 희게 해주기 때문에 양치하는 데 많이 사용됐다. 진한 향기 때문에 꽃이 피기 전 줄기째로 수확해 방향제, 세안제, 목욕제로도 사용된다. 핫립세이지는 소화불량, 복통 등 위장질환에 효과가 뛰어나 구강염 치료제로도 쓰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신경안정작용 성분이 있어서 우울증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꽃말은 가정의 덕망, 건강, 존경이다. 가족에게 선물하기에 좋은 꽃이다.
꽃과 잎에서 나는 향기가 두드러지거나 약용으로 효능이 탁월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식물을 통틀어 ‘허브(Herb)’라고 부르는데 세이지 꽃도 허브의 일종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약이 본격 개발되기 전에는 식물이 모든 병을 치료하는 약이었다.
이 때문에 식물에 대한 지식이 많은 사람이 유능한 의사였다. 식물학자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19세기에 진화론을 제청한 귀족 찰스 다윈이 목숨을 건 탐사 항해에 나선 동기도 식물에 대한 지식의 목마름 때문이었을 것이다.
허브로 분류되는 식물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대부분 한해살이 또는 여러해살이 풀이지만 나무도 있다.
허브류 중에서 가장 큰 집안은 ‘민트-바질-세이지’를 꼽는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가솔들을 거느리고 있는 집안은 세이지다. 식용이나 약효뿐 아니라 꽃의 관상 가치가 커서 가드닝에 쓸모가 많아 수많은 품종들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세이지 이름은 불어 ‘구하다(save)’는 의미의 불어 ‘소지(sauge)’가 어원이다. 꿀풀과에 속하는 ‘샐비어(Salvia)’는 ‘건강한’‘병을 고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살베레(salvere)에서 유래했다. 샐비어의 영명인 ‘세이지(sage)’라는 이름 역시 같은 어원으로부터 옛 프랑스어 ‘소지(sauge)’와 중세 영어(sawge)를 거쳐 형성됐으며 ‘지혜롭다’는 뜻을 지닌다. 오래 전부터 약효를 인정해 만병통치약으로 사용한 듯하다. 흔히 쓰는 ‘사루비아’는 ‘샐비어’의 일본식 발음이다.
샐비어는 원래 고대부터 중요한 약초로 쓰였던 식물로, 기원전 1500년 전 고대 이집트의 의약서 ‘에베르스 파피루스(Ebers Papyrus)’에는 위장병과 치통, 가려움증 치료제로 등장한다. 그리스, 로마의 약초 의학서에도 수많은 기적적 효능이 기술됐으며 심지어 ‘불멸의 허브’로 언급되기도 했다. 중세 시대에도 세이지 종류는 꾸준히 위대한 약초의 명성을 유지했다고 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세이지 종류는 한해살이풀, 두해살이풀, 여러해살이풀, 아관목 등 무려 1000종이다.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품종은 10여종이다. 흥미롭게도 국내 자생식물인 배암차즈기(곰보배추, Salvia plebeia), 둥근배암차즈기(Salvia japonica), 한국특산인 참배암차즈기(Salvia chanryonica), 그리고 한약재 ‘단삼(丹蔘,Salvia miltiorrhiza)’도 세이지 집안 식물이다. 이들은 특징적인 꽃모양이 매우 닮았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세이지 종류 식물은 가든세이지(Salvia officinalis), 깨꽃(샐비어, Salvia splendens), 스칼렛세이지(Salvia coccinea), 체리세이지(Salvia greggii), 핫립세이지(Salvia x jamensis "Hot Lips"), 블루세이지(Salvia farinacea, Mealycup),블랙앤블루세이지(Salvia guaranitica,"Black & Blue"), 숙근사루비아(Salvia nemorosa, Woodland 세이지), 메도세이지(Salvia pratensis), 파인애플 세이지(Salvia elegans), 코랄님프세이지(Salvia coccinea "Coral Nymph"), 멕시칸세이지(Salvia leucantha), 페인티드세이지(Salvia horminum), 실버세이지(Salvia argentea), 클라리세이지(Salvia clarea)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전통적으로 약효가 가장 뛰어난 샐비어는 지중해 북부 해안가 원산의 목본성 여러해살이 관목으로 가든세이지로 불리는 샐비어 오피키날리스(Salvia officinalis)라는 종이다. 샐비어속의 기준 식물로, 가든세이지 외에 트루 세이지, 커먼 세이지로도 불린다. 크로아티아 해안에 걸친 달마티아 지방에 많이 자라 달마티안 세이지라고도 부른다. 약초학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요리가가 좋아할 만큼 향이 좋고, 은회색 잎과 초여름 장뇌 향을 지닌 연보랏빛 꽃은 관상 가치도 높다고 한다.두 번째 세이지는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지는 샐비어 프루티코사(Salvia fruticosa)다. 지중해 동부 원산으로 그릭 세이지(Greek sage) 혹은 지중해 세이지라고 불리는데, 기원전 1400년 전 크레타섬 크노소스 궁전의 프레스코 벽화에 등장할 정도로 역사가 아주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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