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2차전지 핵심 소재 ‘동박 생산’ SK 코타키나발루 공장

이진주 기자 2023. 11. 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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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공장에서 직원이 제품을 검수하고 있다. SK넥실리스 제공

지난 1일 말레이시아 사바주 코타키나발루시에 위치한 SK넥실리스 동박공장. 푸른색 방진복 차림으로 클린룸을 거쳐 들어간 제1공장에는 지름 3m의 거대한 티타늄 드럼이 장착된 제박기 60여대가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매끄러운 은색 표면의 드럼이 물레방아처럼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면 구리 전선을 녹여 만든 용해액이 드럼 표면에 붙어 얇은 막이 생겼다. 진한 황금색 쿠킹포일처럼 보이는 이 구리막이 바로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동박’이다.

코타키나발루 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이 공장은 SK넥실리스의 첫 해외 생산법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동박 수요가 늘자 2021년 7월 제1공장 착공에 들어갔고, 지난달 23일 첫 출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제1공장 바로 옆에는 똑같은 규모와 구조를 갖춘 제2공장이 내년 1분기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동박은 구리를 머리카락보다 얇은 두께인 10마이크로미터(㎛) 내외로 만든 소재다. 주로 전기차, 노트북,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2차전지 음극재를 감싸는 집전체 역할을 한다. SK넥실리스는 2019년 세계 최초로 머리카락 두께의 10분의 1수준인 4㎛ 두께의 동박을 1.4m 광폭으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또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6㎛ 두께 동박을 세계에서 가장 긴 77㎞ 길이로 만들었다. 신동환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법인장은 “얇고, 넓고, 길게 만든 동박을 쉽게 찢어지지 않게 만드는 게 기술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SK넥실리스는 이날 업계 최초로 해외 생산공장 내부를 공개했다. 축구장 23개(연면적 16만2700㎡) 크기의 공장은 동박을 만드는 제박부터 운반까지 공정이 자동화돼 있었다. 김자선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생산실장은 “동박은 드럼이 클수록 투입 전류가 늘어나고 시간당 생산성이 높아진다”며 “말레이시아 공장에는 경쟁사 대비 10% 이상 큰 지름 3m, 무게 10t 규모의 티타늄 드럼을 가진 제박기를 투입해 생산성이 약 20% 확대됐다”고 말했다.

제박 공정을 끝낸 동박은 샘플실에서 품질검사를 마친 뒤 슬러팅 공정으로 이동해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폭과 길이로 재단된다. 6~7t에 달하는 동박의 운송과 적재는 노란색 자동무인운반차와 천장에 설치된 자동무인크레인이 담당한다. 최종 검사와 포장을 마친 동박은 각국에 있는 고객사로 출하된다.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공장 전경. 제1공장(아래 건물)은 지난달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인근에 지어질 제2공장은 내년 1분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SK넥실리스는 유명 휴양지 코타키나발루 지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동박 생산에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는 동박 제조원가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전력비가 국내보다 절반 이상 낮고 주변 동남아 국가보다도 30%가량 저렴하다. 현지 말레이시아 법인은 한 달에 80메가와트(㎿) 규모의 전력을 사용하는데 이는 사바주 전체 전력 사용량의 약 절반에 달한다.

사바주는 SK넥실리스의 투자 유치를 위해 일정 기간 법인세를 전액 면제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사바주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공장 착공에 필요한 모든 승인 절차를 마치는 데 7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동박 원재료인 구리는 국내는 물론 폐전선 비율이 높은 말레이시아와 호주, 중동 등에서 수급한다.

SK넥실리스는 내년에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도 연산 5만7000t 규모의 동박 생산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사측은 해외 공장 증설이 급증하는 수요에 대한 선제 대응이자 고객사 ‘리드타임’(발주부터 납품까지의 기간) 단축을 위한 밀착 대응이라고 밝혔다.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공장 전경. SK넥실리스 제공

코타키나발루 |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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