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넴’ 최강자는?…칠곡할매래퍼들 ‘랩 배틀’ 붙었다
“소도 팔고 닭도 팔던 왜관시장, 시장해도 돈 없어서 못 사 먹던 시절~.”
경북 칠곡군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할머니 래퍼 그룹들의 랩 실력을 겨루는 배틀(경연)이 펼쳐졌다.
칠곡군은 지난 4일 칠곡군 왜관읍에서 열린 ‘쩜오골목축제’에서 칠곡할매래퍼그룹인 ‘보람할매연극단’과 ‘수니와 칠공주’의 랩 배틀 대회를 개최했다고 5일 밝혔다. 쩜오골목축제는 지역 골목 상인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축제다.
두 그룹은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뒤늦게 한글을 깨치고 랩에 도전한 할머니들이다. 대통령 글꼴로 알려진 ‘칠곡할매글꼴’ 제작에 참여한 어르신들이기도 하다.
보람할매연극단은 칠곡군 북삼읍 어로1리 할머니들로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의 법정문화도시 ‘우리 더해야지’ 사업으로 열린 ‘1080 힙합 페스티벌’을 통해 데뷔했다. 마을을 소개하는 4곡의 랩을 완성한 당시 할머니들의 평균 나이는 77세였다. 현재는 세대교체를 통해 67세로 낮아졌다.
수니와칠공주는 칠곡군 지천면 신4리에서 탄생했다. 그룹 리더인 박점순 할머니(85) 이름 가운데 마지막 글자인 ‘순’을 변형한 수니와 멤버 7명을 의미한다. 아흔이 넘은 최고령자 정두이 할머니(92)와 최연소인 장옥금 할머니(75) 등 8명으로 구성된 이 그룹의 평균연령은 85세다.
이번 공연은 래퍼 슬리피가 두 그룹의 홍보대사를 맡으면서 기획됐다. 슬리피는 지난 9월 칠곡할매래퍼를 소개하는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할머니들과 인연을 맺었다. 할머니들의 랩 선생을 맡은 그는 할머니들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랩을 듣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후 김재욱 칠곡군수가 슬리피에게 직접 홍보대사를 제의했고 슬리피가 흔쾌히 수락하면서 할머니들과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슬리피는 “칠곡할매래퍼 홍보대사로서 책임이 무겁다”며 “방송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여러 방면에서 칠곡할매래퍼를 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슬리피의 축하공연에 이어 두 그룹이 ‘나 어릴적 왜관’이라는 주제로 만든 랩을 선보였다. 두 그룹의 프리스타일 랩 배틀도 벌어져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할매래퍼그룹의 대결은 무승부로 결론 났다.
박점순 할머니는 “큰 무대에 서니 머릿속이 하얗게 돼 가사가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며 “공연이 끝나고 박수를 받으니 멋진 인생을 산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슬리피는 “오디션 프로그램(쇼미더머니)에 나섰던 예전의 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할머니들의 삶과 인생이 담긴 랩이 많은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욱 칠곡군수도 “이번 대회를 통해 칠곡을 알리고 아흔이 넘어 랩을 하는 어르신처럼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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