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압수수색 빠르게 가! 위축효과 빠르게 와!

김효실 기자 2023. 11. 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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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명예훼손죄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판결까지 수년 소비돼 표현의 자유 위축… 검찰은 정부와 ‘동일체’로 언론통제
2023년 9월14일 검찰이 압수수색하려 <뉴스타파> 사무실을 찾았다. 검찰은 이날 JTBC도 압수수색했다. 이후 10월11일 <리포액트>, 10월26일 <경향신문> <뉴스버스>로 강제수사 대상을 확대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무죄 나와도 아무 문제 없는데, 잘 알면서 왜 그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검찰이 MBC <피디수첩> 제작진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 수뇌부가 수사팀을 압박하며 한 말이다. 당시 <피디수첩>은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방송했고, 농림수산식품부는 정부 협상팀(장관 및 담당 공무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부와 검찰 모두 내부적으로는 명예훼손죄 적용이 어렵다고 결론 내렸지만, 체포·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비슷한 보도를 막는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노린 ‘언론 손봐주기’가 주목표였다는 뜻이다.

비슷한 일이 2023년 대한민국에서 다시 벌어지고 있다. 더 졸렬하고 심각하다. 명예훼손 피해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며, 강제수사 대상 언론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지방자치단체, 정부 부처 등 각종 공권력이 전방위에서 ‘언론자유 옥죄기’에 발맞추는 상황도 남다르다.

강제수사가 아니라 저널리즘 비평의 대상

2023년 9월7일 검찰은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를 수사하며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수사팀은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시기 윤석열 당시 후보에 대한 검증 보도(‘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또는 ‘대장동 부실 수사 의혹’ 등)를 명예훼손 사건으로 보고, 9월14일 <뉴스타파>와 JTBC를 압수수색했는데 10월11일 <리포액트>, 10월26일 <경향신문> <뉴스버스>로 강제수사 대상을 확대했다.

‘<피디수첩> 사건’ 때 검찰은 내부 문건에서 “과장된 방송 관행은 잘못되었으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언론의 자유 또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고도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피디수첩> 측의 고의적 악의적 사실 왜곡을 통한 정부 또는 협상팀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명백히 입증되어야 할 것”이라는 이유로, 명예훼손죄 적용이 어렵다고 봤다. “헌재 및 대법원이 ‘공적 인물의 공적 사안’에 대한 언론 보도에 관해 (명예훼손죄를) 매우 좁고 엄격하게 인정”하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언론·시민단체들의 ‘윤 대통령 검증 보도 강제수사’ 비판 논리도 이와 비슷하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는 수사 대상이 된 각 언론사 보도에 대해 “‘허위 보도’로 단정할 만한 근거는 희박하며, 설사 일부 내용에 오류가 있더라도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만약 진실 확인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그건 강제수사가 아니라 취재윤리와 저널리즘 비평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 이사)는 “<피디수첩> 제작진이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3년여 걸렸고, 그사이 언론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압수수색 자체가 검찰이 다른 정보를 포착해서 압박할 가능성, 공포를 자아내기 위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다수가 압수수색 같은 수단을 수사기관이 악용할 가능성을 우려해 명예훼손 형사처벌을 사문화하거나 폐지한 이유”라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대장동 부실 수사 의혹)이 충분히 해소된 상태도 아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2과장이던 2011년엔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이나 대장동 사건이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며 각종 의혹을 ‘허위’라고 규정했지만, 실제 수사 대상 여부조차 객관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검찰의 ‘언론플레이’라는 비판과 추가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다.(제1481호 ‘뉴스타파 수사, ‘누가 커피 타줬냐’가 문제는 아니다’ 참조)

인용보도도 과징금·경고, 보수 성향은 경징계

상황이 이런데도 방심위는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에까지 ‘무더기 중징계’를 내리고 있다. 9월25일 전체회의에서 KBS <뉴스9>, YTN <뉴스가 있는 저녁>, JTBC <뉴스룸>, 10월16일 전체회의에서 MBC <뉴스데스크> <피디수첩>에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10월30일 전체회의에서는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가 <뉴스타파> 보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 과징금이나 경고는 법정 제재로, 방송사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받을 때 감점 요인이 된다.

권순택 언론연대 사무처장은 “(방심위가)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 심의가 시급한 것도 아닌데 (인용보도를) ‘긴급심의’ 안건으로 올린 점, 인용보도의 한계를 문제 삼아 중징계를 주면서 해당 방송사의 검증 노력이나 사후 조치(사과 등)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점, 보수 성향의 TV조선, 채널A, MBN 같은 방송사도 비슷한 인용보도를 했는데 경징계에 그쳐 심의 기준의 모호함을 드러낸 점 등을 고려할 때, 방송 독립성을 훼손하면서 위축효과를 바라는 ‘정치심의’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방심위가 ‘정치심의’를 넘어 ‘위법심의’를 시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방송심의 대상에 속하지 않는 <뉴스타파> 보도를 10월11일 통신심의 대상에 올렸기 때문이다. 방심위는 내부 법무팀이 ‘인터넷 언론사 보도물은 정보통신망법이 아닌 언론중재법이 우선 적용되어 통신심의를 통한 시정 요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짚었음에도 이런 심의를 강행했다.(‘방심위, 인터넷 언론 기사 심의 “불가” 일주일 만에 “가능”’ 참조) 졸지에 <뉴스타파> 보도는 통신심의 대상인 ‘불법·유해정보’로 분류돼 사후 검열을 받게 된 것이다.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도 숟가락을 얹었다. 서울시는 9월7일 문체부와 공조해 <뉴스타파>의 신문법 위반 여부를 살펴 ‘발행 정지 명령’이나 ‘신문 등록취소심판 청구’ 등의 행정처분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뉴스타파>가 2013년 8월 서울시에 등록한 인터넷신문이어서다.

언론통제와 한 몸으로 움직이는 검찰

‘<피디수첩> 사건’ 때는 주임검사의 ‘항명’ 사표라도 존재했지만, 이번은 다르다. 최영재 한림대 교수(미디어스쿨)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은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 현상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며 “특히 검찰은 과거에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대통령 권력과 동일체가 된 것처럼 언론통제에 한 몸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검찰 강제수사 대상인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11월1일 ‘언론탄압 증언대회’에서 “<뉴스타파>는 이명박 정부 언론탄압 피해자들이 모여 시작된 언론이고, 한국 민주주의를 위하는 시민들 덕분에 성장했다. 현재 검찰은 <뉴스타파>를 타깃 삼아 <뉴스타파>를 지지하는 시민 연대의 힘을 깨고 싶어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대장동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한 후속 보도를 내왔고, 앞으로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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