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덕에 떴지만 이효리 없이 살아야 하는 롯데온의 숙명

이지원 기자 2023. 11. 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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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마켓분석
롯데온 선보인지 3년 지났지만…
매출·인지도 모두 제자리걸음
롯데 이효리 스타마케팅 선택
지난 10월 선보인 이효리 광고
유튜브 조회 수 370만회 넘어서
함께 진행한 행사 반응도 긍정적
하지만 장기적 실적 개선은 의문

'애니콜(삼성전자)' '처음처럼(롯데칠성음료)'…. 이들의 공통점은 가수 '이효리'를 모델로 발탁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점이다. 롯데쇼핑이 최근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의 모델로 이효리를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쿠팡·SSG닷컴 등 경쟁사에 밀려있던 롯데온이 존재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효리를 전면에 내세운 거다. 롯데온의 기대대로 이효리와 함께한 광고의 반응은 뜨거웠다. 관건은 광고 효과를 장기적인 실적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다.

롯데온은 지난 10월 이효리를 모델로 발탁하고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사진=뉴시스]

"'이효리 효과'는 놀라웠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이 가수 이효리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롯데온은 지난 10월 16일 이효리가 등장하는 광고 '쇼핑 판타지 온(Shopping Fantasy ON)'을 선보였다. 3분 분량의 이 광고는 '프리미엄 쇼핑을 켜다'를 콘셉트로 내세웠다.

롯데온을 상징하는 붉은색 재킷을 입은 이효리가 쇼핑 세계를 누리는 모습을 그렸는데, 유튜브에 업로드한 지 2주만에 누적 조회수 373만회(10월 31일 기준)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이효리의 상업광고 10년 만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역시 이효리다" "시선을 압도한다" "광고를 찾아보게 만들다니" 등 광고에 쏟아진 뜨거운 관심은 제품 구매로도 이어졌다.

무엇보다 광고 캠페인과 함께 시작한 '브랜드 판타지(10월 16일~11월 5일)' 행사가 고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브랜드 판타지는 입생로랑·키엘·랑콤·어그 등 롯데온에 입점한 브랜드들이 매일 3개씩 번갈아가면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행사다.

롯데온에 따르면 행사 첫 일주일(10월 16~22일) 롯데온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행사에 참여한 일부 브랜드는 전년 동기 대비 6배 많은 매출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롯데온이 이효리를 모델로 발탁한 게 '신의 한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사실 '이효리 효과'를 누리기 전까지 롯데온은 '롯데쇼핑의 아픈 손가락'이란 냉혹한 평가를 받아왔다. 롯데온은 2020년 4월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홈쇼핑 등 롯데의 온오프라인 유통 계열사 통합 플랫폼을 지향하며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계열사 간 유기적인 통합을 이뤄낸 것도 아니었다. 전국 1만5000여개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해 배송 경쟁력을 갖춘다는 계획도 사실상 실패했다. 롯데온을 두고 "시스템이 불안정하다" "UX(사용자경험)·UI(사용자환경)가 불편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은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롯데쇼핑은 2020년 계열사 통합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을 선보였다.[사진=뉴시스]

결국 롯데온은 론칭 1년 만인 2021년 4월 '새로고침'을 선언하고 배송일 안내·검색 필터 서비스 등을 강화했다. 지난해 9월엔 앱 첫 화면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버티컬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온앤더뷰티(화장품)' '온앤더럭셔리(명품)' '온앤더패션(의류)' '온앤더키즈(아동)' 등으로 카테고리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이 전략들 역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진 못했다. 롯데온(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은 1131억원으로 전년 동기(1082억원) 대비 4.5% 늘어났지만, 영업적자가 1558억원에 달했다. 이는 롯데온이 지난 3년간 내놓은 전략이 모조리 먹히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뼈아픈 성적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이효리 카드'가 통한 까닭은 뭘까. 이 질문의 배경엔 롯데온이 처한 또다른 현실이 숨어 있다. 일단 답부터 알아보자.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이효리가 2030세대를 넘어 40대 여성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면서 "이효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고 따라하고 싶은 여성들이 롯데온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버티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롯데온은 자신들의 주요 타깃인 3040대 여성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효리를 모델로 발탁했다. 회사 관계자는 "3040대 여성 고객층이 롯데온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론칭 이후 처음으로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면서 "인지도 제고 효과가 나타나면서 3040대뿐만 아니라 20대와 중장년층 고객의 유입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 과제➊ 소비자 락인 = 하지만 롯데온에 '이효리 카드'는 양날의 검이다. 무엇보다 언제까지 '이효리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스타 마케팅 그후에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용구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광고가 이슈몰이에 성공한 것과 소비자가 롯데온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다양한 쇼핑앱이 넘쳐나지만 소비자는 여러 앱을 이용하는 데 피로감을 느낀다. 패션·뷰티·럭셔리 등에 초점을 맞춘 버티컬 플랫폼을 제치고 소비자가 롯데온을 선택하게 만들려면 그만한 차별점을 갖춰야 한다."

문제는 '이효리'를 뺀 롯데온에 무엇이 있느냐는 거다. 롯데온의 패션·뷰티·럭셔리 강화전략은 경쟁사인 신세계도 추구하는 전략이다. 신세계는 지난해부터 이커머스 플랫폼인 SSG닷컴과 G마켓의 사업영역을 조정해 왔다.

골자는 중저가 제품이 주를 이루는 오픈마켓은 G마켓이 운영하고, SSG닷컴은 '프리미엄 쇼핑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온이 더 가파른 성장을 꾀하려면 제2, 제3의 이효리가 필요하고, 결국 큰돈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결국 소비자는 더 많은 혜택을 주는 플랫폼을 선택한다"면서 "롯데온이 시장에 안착할 때까지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마케팅을 이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과제➋ 오카도 전략 = 그렇다면 롯데쇼핑에 그럴 만한 자금적 여력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1월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오카도' 전략을 발표했다.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컬래버를 통해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자동화 물류센터(CFC)를 6개로 확충하는 게 계획의 골자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른 돈을 투입해 '롯데온 살리기'에 나서는 건 롯데쇼핑으로서도 모험이다. 더욱이 2030년까지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한다고 해도, 투자금 대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커머스 강자로 떠오른 쿠팡은 이미 전국 120여개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물류 효율화를 꾀하고 있어서다.

서용구 교수는 "물류센터 구축을 마친 쿠팡의 경쟁력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면서 "롯데온으로선 쉽지 않은 경쟁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효리'로 떴지만 '이효리'를 빼고도 살아야 하는 롯데온의 미래는 과연 어디로 향할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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