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작가 르 클레지오 “신화는 문학에 강력한 영감 줘”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3. 11. 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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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교보 세계작가와 대화서

“제주도, 신화적 영감 가득해”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사진 왼쪽)가 2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진행된 ‘세계작가와의 대화’에서 강연하고 있다. <교보문고>
“눈을 감아라. 그러면 세상을 알게 될 것이다.”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의 소설가 르 클레지오(83)가 2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2023 세계작가와의 대화’ 강연에서 세계를 마주할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달라는 청중의 질문에 “누벨바그 영화의 대표적 감독 장 뤽 고다르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교보문고(대표 안병현·김상훈), 교보생명이 한국 문학과 세계 문학의 접점을 잇기 위해 개최한 이 행사는 ‘신화와 문학, 글쓰기의 관계’를 주제로 진행됐다. 2007년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지냈고 2005년 이후 서울국제문학포럼에 매년 참석하는 등 지한파 작가로 알려진 르 클레지오는 “신화는 사실의 표현이 아닌 집단의 허구적 창작물이고 한국은 역사, 지리, 언어, 문화 등에서 영감을 축적해 온 신화의 보고”라며 신화적 상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40년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태어난 르 클레지오는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불어를 구사하는 작가’로 불리는 세계적 소설가다. 1963년 첫 소설 ‘조서’로 르노도상을 수상한 이래 1980년 폴 모랑상, 1997년 장 지오노상과 퓨터바우상을 받았고 2008년에는 “새로운 시작과 시적 모험, 관능적 환희의 작가이자, 주류 문명을 넘어 인간성 탐구에 몰두한 작가”라는 평을 받으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르 클레지오는 원초적 상상과 환상성, 작자 미상을 특징으로 하는 신화가 문학, 미술 등 문화 전반에 강력한 영감을 준다고 밝혔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신화의 모티프들이 문학 작품과 회화, 영화 등에서 변주돼 재생산된다는 것이다. 그는 “황석영의 소설 ‘바리데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처럼 오래된 신화가 현대적 이야기로 변용되기도 하고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의 작품처럼 아예 신화의 형태로 창작되기도 한다”며 “셰익스피어의 문학처럼 위대한 작품들은 다른 모든 이야기들에 영감을 주는 신화의 위치를 획득한다”고 설명했다.

르 클레지오는 특히 제주도를 신화적 영감을 주는 대표적 장소로 꼽았다. 제주는 육지와 구별되는 독특한 신화들이 존재하고, 해녀 등 민속 문화, 한라산으로 대표되는 특수한 자연 환경이 문학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는 “우도(제주시에 속한 섬)에서 태풍으로 발이 묶였을 때 섬 전체가 망망 대해에 표류하는 뗏목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 때의 기억을 발판으로 ‘폭풍우’라는 소설을 썼다”며 “제주는 저에게 상상의 자유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준 고마운 장소”라고 밝혔다.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사진 왼쪽)가 2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진행된 ‘세계작가와의 대화’에서 강연하고 있다.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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