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이 ‘0.7명’ 뒤집을까…내달부터 한국 들어오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뉴스 쉽게보기]

신화 기자(legend@mk.co.kr),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3. 11. 5. 14: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서울 시청에서 열린 서울시청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르면 다음달부터 우리나라에도 외국인 가사근로자가 육아나 살림을 돕는 가정이 생길 예정이에요. 정부에서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고용해 가정과 연결해 주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 시범 사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출생(지난해 합계 출산율 0.78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하는 부모들이 좀 더 쉽게 아이를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예요. 아직 제도 도입이 결정된 건 아니고, 우선 서울 내 맞벌이 가정 등 일부를 대상으로 시범 사업부터 이뤄질 예정이에요. 과연 저출생 대책으로 효과가 있을지, 본격 도입에 앞서 테스트부터 해 보겠다는 거죠.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가 뭐야?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작년 9월에 저출생 대책으로 제안하면서 추진되기 시작했어요. 현재 가사근로자는 우리나라 국민과 중국 동포(조선족)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정책이 도입되면 외국인도 가사근로자로 취업이 가능해져요. 홍콩과 싱가포르는 1970년대부터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런 외국의 사례를 참고한다는 계획이에요.

정부는 시범 사업을 위해 다음달 초쯤에 동남아시아에서 가사근로자 100여 명을 선발할 예정이에요.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가사서비스와 관련한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를 먼저 검토해요.

예를 들어 필리핀의 경우 6개월 훈련 후 수료증을 발급하기 때문에 주요 대상국으로 언급되고 있어요. 근로자는 육아·가사와 관련한 자격증이나 교육 이력이 있는지, 영어와 한국어 등 어학 능력이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선발돼요. 범죄 이력, 정신질환, 마약류 검사 등 신원 검증도 거치고요.

우리나라는 인력이 부족한 중소규모 사업체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게 하기 위해 ‘E-9’ 비자를 허용하고 있어요. 이 비자는 원래는 건설·제조업, 농·어업 등 일부 업종에만 허용됐지만, 가사근로자에게도 이 비자를 허용할 수 있게 돼요.

가사근로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직장에 다니면서 육아 부담을 지고 있는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 임산부 등으로 한정돼요. 가구별로 필요에 따라 종일제, 시간제 등 이용 시간을 선택할 수 있어요. 외국인 가사근로자들은 최소 6개월간 출퇴근하며 육아나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도울 예정이에요. 국내 근로자와 같이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받고요.

이 제도, 왜 도입하는 거야?
정부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를 저출생 해결 대책으로 제시했어요. 저출생 상황의 원인을 ‘돌봄 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좀 더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이죠.

직장을 다니는 부모 중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경력 단절을 우려하는 경우는 가족이나 보육기관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어요. 이마저도 여의찮을 경우는 직장에 가 있는 동안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고용해야 하죠.

문제는 비용이에요. 정부 조사에 따르면 출퇴근하는 가사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서울 기준 1만5000원대라고 해요. 일주일에 52시간 일한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312만원이 지출돼요. 우리나라 근로자는 월평균 임금이 300만원쯤 된다고 하니까, 꽤 부담스러운 금액이죠.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국내 가사·육아 도움 인력 공급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만약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가 도입되면, 비교적 저렴한 금액에 가사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육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선택권이 늘어나요. 현재 최저시급인 시간당 9620원을 적용하면, 주 52시간 근무한다고 했을 때 가사근로자들은 한 달 200여만원의 월급을 받게 돼요. 국내 가사관리사를 채용했을 때보다 약 30% 저렴하죠.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하면서 자녀를 양육하는 부담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반대합니다”
한편, 이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이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아요.

1.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을 거야

돌봄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선뜻 제도를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와요.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기 때문에 아이를 맡기기엔 걱정이 앞설 것이라는 주장이에요. 물론 정부에서 자격을 엄선해서 가사근로자를 선발한다고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편견도 작용할 수 있고요.

또 기존보다 저렴하기는 하지만, 월 200만원도 부담스러운 금액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외국인에게 아이를 맡기며 200만원 이상을 주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외국인 가사근로자의 월급을 100만원 수준까지 줄일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어요. 저출생에 효과를 볼 정도가 되려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인 거죠.

2.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야

하지만 외국인에게 내국인과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하겠다는 발상은 차별적이라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어요. 저소득 국가에서 온 외국인이라고 해서 저임금을 받아도 괜찮다는 생각 자체가 차별이라는 거죠. 인구 구조상 앞으로 한국의 이민자 수는 점점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계속된다면 향후 이민 인구와 관련한 사회적 갈등이 커질 것도 우려되고요.

3. 인권 침해도 걱정돼

외국인 가사근로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와요. 실제로 우리보다 앞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우, 외국인 가사근로자들은 월 60만~80만원 수준의 낮은 임금을 받으며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어요. 이들은 의무적으로 가정에 입주해서 숙식을 해결하는데, 제대로 된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대요.

오 시장은 임금을 100만원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가사근로자가 가정에 입주해서 숙식을 해결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하지만 입주형 가사근로자는 특히 인권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죠.

지난 7월 31일 외국인 가사근로자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이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시범사업과 관련해서도 인권 침해 우려가 나오고 있어요. 정부가 지정한 민간관리업체에서 근로자들이 머물 숙소 후보 중 하나로 1평(3.3㎡) 남짓한 고시원을 제안한 거예요. 확정된 건 아니지만, ‘고시원 숙소’가 알려지면서 외국인 가사근로자에 대한 처우가 너무 열악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와요.
정말 저출생 해결에 도움 될까?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저출생 문제 해결에 효과가 있는 제도라면 한 번 도입해 볼만 할 거예요. 물론 이렇게 돌봄을 적은 비용에 해결하는 수단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겠지만 말이죠. 실제로 홍콩·싱가포르·대만·일본 등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를 도입한 다른 나라를 봐도 최근 출생률은 모두 감소하는 추세래요.

엄마·아빠가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고용하는 정책,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여러 의문도 따를만해요. 어떤 사람들은 육아·출산 휴직이나 연차·반차처럼 이미 존재하는 제도부터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만들라고 지적하기도 하니까요.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우리나라 저출생 문제. 수많은 실패 끝에 정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은 과연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언제쯤 우리는 ‘진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매일경제 ‘디그(dig)’팀이 연재하는 ‘뉴스 쉽게보기’는 술술 읽히는 뉴스를 지향합니다. 복잡한 이슈는 정리하고, 어려운 정보는 풀어서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무료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더 많은 이야기들을 이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디그 구독하기’를 검색하고, 정성껏 쓴 디그의 편지들을 만나보세요. 아래 주소로 접속하셔도 구독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https://www.mk.co.kr/newsletter/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