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명에게 108억 뜯은 보이스피싱 총책… 역대 최장기 징역 35년

지난해 10월 필리핀을 거점으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질러 온 '민준파' 총책과 부총책 등 2명을 검거해 국내로 송환하는 모습. 이들은 금융기관을 사칭,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여 560명에게 108여억원의 피해를 입혔다./뉴스1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560명에게 108억원을 뜯어낸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에게 역대 최장기형인 징역 35년이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병철)는 지난 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보이스피싱 조직 ‘민준파’의 총책 A(37)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하고 20억원을 추징 명령했다. 역대 보이스피싱 사건 중 최장기형이다. 재판부는 부총책인 B(31)씨에게도 징역 27년과 3억원의 추징 명령을 내렸다.

A씨는 조직원 60여명과 함께 2017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약 4년간 국내 피해자 560명에게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108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검거됐다. 또한 이들은 범죄수익금 108억원을 대포통장으로 송금받고, 중국 환전상을 통해 필리핀 화폐로 환전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보이스피싱 사기를 목적으로 필리핀 메트로마닐라 등에 거점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후 콜센터 직원, 인출 및 수금 모집책(출집), 대포통장 모집책(장집), 국내인출책, 국내환전책 등으로 조직원을 구성했다. 특히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영팀(Young team)과 올드팀(Old team) 등 7개 팀으로 나눠 실적 경쟁을 부추겼다. 민준파는 ‘총책-부총책-팀장-팀원’으로 이뤄진 위계질서를 갖추기도 했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합수단은 지난 3일 필리핀을 거점으로 활동하면서 피해자 560명으로부터 약 108억 원을 편취한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에게 역대 최장기형인 징역 35년의 중형이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보이스피싱 조직 '민준파'의 조직도. /서울동부지검 제공, 그래픽=송윤혜

이들은 지난해 9월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돼 같은해 10월 수원지검으로 구속 송치됐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보이스피싱 합수단으로 사건을 이송해 집중적인 보완수사를 실시했다. 이후 합수단은 법리 검토를 통해 단순 사기죄에서 특경법 위반으로 혐의를 변경해 법원에 중형 선고를 요청했다. 검찰이 민준파의 범행횟수와 방법이 상습사기에 해당되고 피해금 총액은 5억원 이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대검찰청이 총책에게 최대 무기징역형을 구형할 수 있도록 보이스피싱 사건처리기준을 강화하면서, 법원도 중형 선고를 거듭하고 있다. 기존 보이스피싱 총책에 대한 최장기형은 징역 20년이었다. 지난 6월 서울동부지법에서 피해액 26억원의 보이스피싱 사건 총책에게 징역 20년, 2016년 안산지원에서 피해액 54억원의 사건 총책에게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A와 B씨 외에도 민준파 조직원 40명을 검거했다. 이 중 23명은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조직원 13명에 대해선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4명은 수사 중이다. 해외에 있는 나머지 조직원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 후 추적 중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로부터 우리 국민의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내고, 범죄자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되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