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말고 뭐봄?”···레드오션에서 틈새공략하는 작은 OTT들

최민지 기자 2023. 11. 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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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브레송의 영화 <사형수 탈옥하다>의 한 장면. 콜렉티오에서 볼 수 있다.
서비스 론칭 한 달을 맞은 예술영화 전문 플랫폼 ‘콜렉티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은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만년 1등’ 넷플릭스의 뒤를 국내외 플랫폼이 출혈 경쟁을 불사하며 따르는 형국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이는 시장이지만, 도전장을 내미는 작은 OTT들이 있다. 뚜렷한 색깔로 틈새를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 이들 플랫폼의 생각이다.

고전·예술영화 전문 플랫폼 ‘콜렉티오’는 5일로 서비스 론칭 한 달을 맞았다. 콜렉티오에는 다른 대형 OTT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영화들이 많다. 주로 영화 마니아의 사랑을 받는 감독들의 작품으로, 장 뤽 고다르의 <결혼한 여자> <국외자들>, 로베르 브레송의 <사형수 탈옥하다>, 장 르누아르의 <프렌치 캉캉> 등이 있다.

서비스를 론칭한 것은 엠앤엠(M&M)인터내셔널. <인 디 아일>(2018), <스파이의 아내>(2021) 등 뛰어난 작품성의 영화들을 국내에 들여온 배급사다. “수많은 플랫폼이 있지만 저희가 그동안 배급해온 영화와 색깔이 어울리는 곳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아트하우스 영화를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을 구상하게 됐죠. 예술·다양성 영화를 찾는 관객이 적지만 존재하듯 콜렉티오 같은 플랫폼도 수요가 분명 있을 것이라 봤습니다.”(임동영 엠앤엠인터내셔널 공동대표)

콜렉티오의 전략은 기존 영화 중 국내에 정식 수입이 안 됐거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을 발굴, 소개하는 데 있다. 이들은 최근 리마스터링된 클래식 영화들의 판권을 구매하고 전문 영화 번역가들을 통해 번역도 새로 했다. 오리지널 콘텐츠로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다른 플랫폼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영화 수입과 배급을 해온 회사인 만큼 작품 수급엔 강점이 있다고 임 대표는 말했다.

콜렉티오는 팬데믹을 거치며 달라진 영화 관람 방식 역시 활용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과거에는 극장에서 먼저 영화가 공개되고 나서 OTT로 시청했다면 요즘 관객은 OTT로 먼저 보고 검증된 작품을 극장에서 다시 보려 하는 경향이 있다”며 “관람 순서를 바꾼 홍보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감독의 <잘돼가? 무엇이든>. 퍼플레이에서 스트리밍하고 있다.

독자적인 색깔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소규모 플랫폼은 콜렉티오 외에도 여럿 있다. 국내 유일의 여성영화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 ‘퍼플레이’가 대표적이다. 퍼플레이는 자체 평가 기준을 통해 여성이 작품에 얼마나 주체적으로 개입했는지를 판단한 뒤 이를 통과한 작품을 서비스한다. 최근에는 영화 배급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라프텔’은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을 위한 OTT다.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해 월간 이용자만 100만명이 넘는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대형 OTT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다. 라프텔은 과거 불법 다운로드가 횡행했던 애니메이션 소비를 양지로 불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틈새시장을 노린 소규모 OTT들이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개발한 다큐멘터리 전문 OTT ‘보다’는 운영 2년 만인 지난 1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팬데믹 기간 늘어난 OTT 서비스 이용이 최근 줄면서 구독자 확보를 위한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콜렉티오 측은 영화 팬들의 소비 행태 변화를 희망적으로 봤다. “과거에는 보고 싶은 영화를 볼 플랫폼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불법 다운로드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 관객은 제값을 치르고 봐야 한다는 의식이 강합니다. 저희는 그런 변화를 믿고 서비스하고 있어요.”(임동영 대표)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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