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식 물가 실명제’ 데자뷰…라면·빵 등 7개 품목 관리
최근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주요 품목마다 공무원을 담당자로 지정해 품목별 집중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배추 국장’, ‘무 사무관’이 등장했던 MB 정부 시절 물가 관리 체계를 재가동하는 것으로,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개 주요 품목의 담당자를 지정해 물가를 전담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관리 대상은 서민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라면과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과 국제가격이 작년보다 35% 오른 설탕, 원유 가격 인상 여파로 가격이 상승한 우유까지 모두 7가지 품목이다.
농식품부는 특히 주요 가공식품 물가를 관리할 TF를 신속히 구성해 TF 내에서 품목 담당자들이 시장 동향을 수시로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농산물의 경우 품목별 담당이 있었는데, 주요 가공식품에도 담당자를 지정 물가를 밀착 관리해보겠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 2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든 부처가 물가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할 것”이라면서 각 부처 차관이 물가 안정책임관이 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농식품부의 TF 구성은 이같은 정부 움직임을 구체화한 것으로, 이명박 정부 당시 고물가 품목 중심으로 점담 공무원을 지정 물가를 잡으려 했던 대책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2012년 정부는 ‘물가안정 책임제’를 시행하면서 1급 공무원이 서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품목의 물가 관리를 책임지도록 했다. 당시 농식품부의 먹거리 물가 관리 대상은 쌀, 배추, 고추, 마늘, 양파,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가공식품이었다.
최근 물가상승률 반전에 깜짝 놀란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뭐라도 해야된다’는 절박함에 11년전 대책까지 다시 끄집어 낸 것이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당장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의 주된 원인이 국제 유가 등 국외에 있어 개별 기업이나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려운데다, 농산물 가격 상승 역시 작황 부진에 따른 수급 불안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특히 외식업계나 가공식품 업계의 경우 이같은 비용 상승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하는 구조기 때문에 업계 협조를 통해 가격 인상을 일시적으로 지연시키는 것 외 뾰족한 방법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압박이 계속될 경우 업계는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양을 줄이는 ‘슈링크 플레이션’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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