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보다 많은 '1000골' 넣은 군인 있었다? [요즘군대]
"굉장히 오래전 일… 요즘엔 병사들 불편할까 걱정"
[편집자주] '요즘 군대'는 우리 군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뉴스1의 연재형 코너입니다. 국방·안보 분야 다양한 주제를 밀도 있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3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리오넬 메시가 8번째 발롱도르를 받았다. 메시가 그동안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과 FC바르셀로나, 파리 생제르맹FC, 인터 마이애미FC 등의 공식 경기에서 넣은 골은 821골로 역대 두 번째로 많다. 역대 최다 기록 보유자는 발롱도르를 5회 받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856골)다.
그러나 우리 군에선 이보다 더 많은 '1000골'을 기록한 사람이 있었단 얘기가 전해져오고 있다. 5일 모(某)부대의 부대관리 지침 자료를 보면 영관급 간부 A씨는 과거 본인이 부대원들과 함께한 축구경기에서 '1000호 골'을 어시스트한 병사들에게 5~7일의 포상휴가를 임의로 부여했던 것으로 돼 있다.
A씨는 당시 부대원들과의 축구경기에서 자신의 100·300·500호 골 기념행사 등도 개최했고, 특히 100·300호 골 기록 땐 자신과 같은 편에서 뛴 병사 전원에게 포상휴가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직권 남용에 따른 타인 권리 침해'를 이유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축구경기 땐 모두가 즐거운 것 같아 보였어도 A씨의 행위는 엄밀히 말해 지휘관의 '갑질'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예비역들의 말을 들어 보면 세칭 '군대스리가'라고 불리는 군부대 내 축구경기에서 실제 경기 능력과 관계없이 고위 간부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일은 과거 비일비재했다.
이를테면 병사나 초급 간부들이 고위 간부에게 '충성 패스'로 공을 보내면, 이를 받은 고위 간부가 드리블을 하는 동안 상대편 수비수들이 '모세의 기적'처럼 앞길을 비켜줬다. 또 간부가 골대 앞에서 슛을 하면 골키퍼는 최대한 큰 몸동작으로 공을 향해 몸을 날리면서도 절대로 막진 않았다.
그러나 군 소식통은 "A씨 사례는 굉장히 오래된 일이다. (지휘관 등이) '전투체육'을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전파한 사례로 안다"며 "지금은 절대로 A씨 같은 일은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히려 요즘엔 간부들이 병사들과 축구 경기 등을 할 때 '혹시 불편해하진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최근 서울 국방부 청사 내 풋살(실내 축구)장에서 진행된 병사 및 초급간부 팀과 중령 이상 고위 간부 팀 간의 경기에 참가한 B대령은 상대 팀원들에게 "날 봐주려고 하지 말고 평소에 하던 대로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 군에서 병사와 부사관, 장교를 막론하고 축구는 여전히 떼놓으려야 떼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공과 사람만 있으면 쉽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고, 땀 흘리며 단결심을 다지기에 축구만한 운동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군에서 워낙에 축구를 많이 하다 보니 여성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게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란 말까지 나왔다.
이런 가운데 군 당국이 지난 2019년 병사 휴대전화 사용을 시작했을 당시 "병사들의 축구 등 체육활동이 크게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시범사용 초기엔 병사들이 휴대전화 이용에 몰두하느라 체육활동을 멀리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나 한 현직 장교는 "요즘 많은 부대에 풋살장이 설치돼 있다. 그런데 풋살장이 텅 비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병사들이 휴대전화 사용으로 평소에도 국내외 축구경기를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그 때문에 축구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방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올해 29억5000만원이었던 병사 축구화 지원 예산 등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기존 축구화(단가 1만4000원 수준) 보급에 대한 장병들의 만족도가 현저히 낮은 데다, △전 장병에게 축구화를 일괄 보급할 필요성이 줄어들어 예산 삭감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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