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 10년만에 ‘3년 연속 5%대’…저소득층 소득 절반 식비에 써야
올해 식료품·비주류음료의 물가가 5% 이상 치솟으며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5%를 넘기고 있다. 먹거리 물가의 고공행진에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계층은 소득의 절반가량을 식비로 부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 상승했다.
올해 식료품·비주류음료의 물가 상승률은 6월까지 5% 이상을 유지하다가 7∼9월 4.9%로 내려왔으나 지난달에 다시 올랐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최근에는 이상기온까지 겹치면서 과일·채소류 등의 가격도 오름세를 보인 탓이다.
외식 등 음식서비스 물가는 더 큰 폭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1∼10월 음식서비스 물가는 작년 동기보다 6.4% 올랐다. 피자(11.5%), 햄버거(9.6%), 김밥(8.9%), 라면(8.6%) 등이 많이 올랐다.
음식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7.7% 올라 1992년(10.3%)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같은 먹거리 물가의 오름세는 소득이 낮은 계층에게 특히 부담이 되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 2분기까지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식료품·비주류음료에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25만8000원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월평균 처분가능소득(87만9000원)의 29.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음식서비스(식사비)로 지출한 금액(13만1000원)까지 더하면 1분위 가구는 식비로 월평균 39만원(44.4%)을 지출했다. 식비 지출이 처분가능소득의 절반에 달하는 것이다.
먹거리 물가가 주도하는 소비자 물가 상승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트리고 있다.
지난 2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를 기록한 가운데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이를 크게 웃도는 4.6%를 기록했다. 지난 2월(5.5%)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이 탓에 올해 2분기 기준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평균 383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 줄었다.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이자와 세금을 뺀 여윳돈을 말한다.
8월 기준 근로자 1인당 월평균 명목임금(세전)은 374만2000원이다. 지난해 8월(370만2000원)보다 4만원(1.1%) 늘었다. 하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333만2000원으로 이는 작년 8월 실질임금(340만8000원)보다 7만6000원(2.2%) 줄어든 액수다. 통장에 찍힌 월급은 늘었지만,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줄었다는 뜻이다.
실질임금이 이렇게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벌써 6개월째다. 이러다보니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월평균 임금은 391만6000원으로 7만9000원(2.1%) 늘었지만, 월평균 실질임금은 전년보다 줄었다. 1~8월 물가 수준(3.7%)을 반영한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53만원으로 전년 동기(358만6000원)보다 5만6000원(1.6%) 적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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