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악' 이신기, 서부장 뒤에 감춰놓았던 진짜 모습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3. 11. 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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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제이알이엔티

배우 이신기는 디즈니+ '최악의 악'에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배우 중 한 명이다. 아직까지는 이신기라는 이름보다 서종렬이라는 극 중 이름이 더 익숙할 수도 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실제로 만나 본 이신기는 서종렬과는 전혀 달랐다. 소위 '인싸력'이 충만한 입담 뒤에는 연기를 향한 진지한 열정이 배어있었다. 축구선수와 록밴드 보컬을 꿈꾸다 배우의 길로 접어든 사연 역시 흥미로웠다.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점점 이신기의 다음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최악의 악'은 한국을 배경으로 마약 거래 트라이앵글의 국제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 박준모가 새로운 범죄 조직을 잠입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드라마다. 이신기는 강남연합의 중간 간부로 잔혹한 성품을 지닌 칼잡이 서종렬 역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신기는 "시원섭섭하다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저는 섭섭한 마음이 크다. 작품이 잘 나온 것 같고 반응도 좋은 것 같아 재미있게 봤다. 더 잘 되길 기대하고 있다"며 참여 소감을 전했다. 

/사진=디즈니+

당초 배역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오디션에 참가한 이신기는 오디션 도중 조감독의 박수를 받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최종적으로 서종렬 역을 얻게 됐다. 서종렬은 기철(위하준)이 장경출(정만식)을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처음 등장한다. 칼잡이로 영입된 서종렬은 초반에 치고 빠지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나름의 비중을 가져갔다. 

"이 정도까지 (비중이) 큰지는 몰랐어요. 다만 임팩트는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가면 갈수록 '이런 신이 주어지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놀라웠어요. 금방 죽을 줄 알았는데 안 죽어서 좋았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저도 '뭔가 있나' 이런 생각이 있었어요. 사실 저는 작품을 선택하는 배우가 아니고 뭐라도 하고 싶었던 때였는데 참여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했어요.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말렸다고 들었어요. 감독님이 '밀고 나갔던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주변에 오디션 영상을 보여주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은혜를 입은 것처럼 정말 감사했어요."

무명에 가까웠던 이신기를 밀어붙인 한동욱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그 뒤에는 이신기의 노력이 있었다. 작품에는 드러나지 않은 서종렬의 전사를 비롯해 서종렬이라는 캐릭터에 끊임없이 몰두하고 소통했기 때문에 지금의 서종렬이 나올 수 있었다.

"처음에 감독님께 '종렬은 야망이 있는 인물인지, 기철에 대한 충성심이 있는 인물인지' 여쭤봤어요. 알아서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다면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고 봤어요. 야망을 이루겠다는 목표 안에 기철에 대한 충성심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지점이 첫 등장할 때였어요. 누구를, 왜 죽였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이 '가정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살인을 했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캐릭터 라인을 잡았어요. 그 후에 어떤 삶을 살았을까 생각해 보니 굉장히 독고다이로 살았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기철이 처음 손을 내밀었던 게 중요한 거죠. 업소 2~3개를 주겠다는게 아니라 손을 내민 것 자체가요. 그래서 충성심을 가지게 됐다고 봤어요."

/사진=디즈니+

역삼고 출신이 아닌 서종렬은 마찬가지로 역삼고 출신이 아닌 권승호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조직 내 신분 상승을 위해 노력하던 종렬은 승호에게 믿음을 주는 인물이자 그가 배신자임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인물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승호를 추궁하던 종렬은 석도형(지승현)을 살해하고 경찰에 체포당한다. 이신기의 눈에서 바라본 종렬의 최후는 어땠을까.

"종렬은 기철에 대한 충성심이 저변이 있는 상태에서 기득권으로 올라가고 싶은 상태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강남 출신이 아니면서 무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승호에게 접근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유대감이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종렬이가 속았지만요. 종렬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종렬이 감정을 쏟아내는 이유는 준모를 믿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내가 모시는 사람을 배신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맥없이 끌려갔다는 반응도 있으시던데 저는 오히려 여운이 남았어요. 촬영할 때 미묘한 것들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기도 좋아지기도 하잖아요. 감독님이 그런 감정의 빌드업을 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최악의 악'이 공개될 수록 서종렬을 향한 찬사와 이신기를 향한 관심은 계속됐다. 이신기는 "SNS 팔로워도 많이 늘었고 주변에서도 지인이 팬이라며 영상통화를 걸기도 한다. 정말 감사하다"며 달라진 인기를 체감하고 있음을 밝혔다. 동시에 냉정하게 자신의 연기를 돌아보기도 했다. 

"냉정하게 마지막과 중간에 한 두신 정도를 빼고는 신선함과 비주얼이 좋은 작용을 한 것 같아요. 물론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도 했고요. 서부장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그대로만 하면 입체적이지 않을 것 같았어요. 평소에는 저항 없는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누군가를 죽일 때도 그냥 일을 하듯 직선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몸이 움직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무섭게 보이지 않았나는 생각도 들어요. 쿠데타하는 장면이나 엘리베이터 장면은 마음에 들어요. 다만, 마지막에 감정을 표출하는 부분은 복합적이에요. 감정을 표출한다는 선택 자체는 타당하고 잘한 것 같은데 더 쫀쫀하고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사진=제이알이엔티

'최악의 악'이 모두 공개된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종영 소감을 밝힌 이신기의 글씨체를 두고 '글씨체마저 서부장 같다'는 반응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 대화를 나눠본 이신기는 재치가 넘치고 이신기라는 배우가 갑자기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해하는 팬들도 많았다. 배우를 하게 된 계기를 묻자 "말하자면 길다"며 입을 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축구를 했어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김해시청(당시 내셔널리그·현 K3)에 입단했는데 6개월 있다 은퇴했어요.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 그만뒀는데 막상 그만두니 어렵더라고요. 당시에는 록밴드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런 찰나에 뮤지컬을 봤는데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뮤지컬을 배우러 대학원에 갔어요. 학부 수업을 청강하면서 연기도 배웠어요. 그런데 대학원을 졸업하고 십자인대가 끊어졌어요. 뮤지컬을 하려면 춤도 춰야하고 많은 동작을 해야해서 잠시 미뤄두고 매체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전인권, 임재범, 윤도현, 라디오헤드, 본 조비를 들으며 록밴드 보컬의 꿈을 꾸고 '맨 오브 라만차', '닥터 지바고'를 두세 번씩이나 볼 정도로 뮤지컬에 관심을 가졌던 이신기는 2018년 '신의 퀴즈: 리부트'로 데뷔, '보좌관', '메모리스트', '런 온', '최악의 악'에 출연하며 어느새 7년 차 배우가 됐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거친 이신기는 배우 활동에 엄청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자신이라는 배우가 가진 매력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저는 비교적 좋은 역할도 빨리 만났고, 관심도 빨리 받은 좋은 케이스인 것 같아요. 이 일을 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결과물을 위해 노력하고 시도해야 하는 부분에서 스트레스도 있는데 그게 좋은 스트레스 같아요. 힘들지 않냐고들 하시는데 사실 운동했을 때가 더 힘들었어요. 만족도는 100에 가까워요. 저라는 배우의 장점은 과하지 않고 다양하게 할 수 있다는 것 같아요. 특히 쓸데없는 걸 안 한다고 생각해요. 또 이번 작품을 하며 느낀 건데 캐릭터와 상황에 대해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슛들어갔을 때 순간적으로 나오는 즉흥적인 모습이 잘 나오는 것도 같아요. 그것과 더불어서 마스크도 서종렬처럼 강렬하지만은 않은 것 같기도 해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신기는 '경성크리처', '피타는 연애' 등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또한 뮤지컬에 대한 꿈도 접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 이신기는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와 함께,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가장 해보고 싶은 뮤지컬은 '헤드윅'이에요. 다만, 뮤지컬 배우·영화 배우 이런 것을 구분하고 싶지 않아요. 다양한 무대와 다양한 작품에서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2021년 그리메상(한국방송촬영인협회 주최)에서 신인연기자상을 받고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소통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사람과 사람의 소통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소통도 중요한데 그러려면 공감을 형성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최악의 악'에서 그게 잘 지켜진 것 같아요. 앞으로의 작품들에서도 이건 놓치지 않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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