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보수동 책방골목과 틱톡의 만남
숏폼 체험존, 유명 작가 사인회, 독서 모임 등 계획
[부산=뉴시스] 안호균 기자 = 전국 유일의 헌책방 거리인 보수동 책방골목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부산의 대표 관광 명소다.
한국전쟁 발발 후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자 피난온 학교가 보수동 뒷산에 자리를 잡았다. 전쟁이 끝난 뒤 피란민들이 이 곳에서 헌 책과 잡지 등을 학생들에게 팔면서 책방 골목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피난 온 문화 예술인과 지식인, 학생들이 책을 구하기 위해 보수동에 모여들었고, 책방골목은 대표적인 지식 교류의 장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독서 인구가 줄고 종이책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자 보수동 책방골목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많은 서점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있다. 1980년대까지 70여곳에 달하던 서점은 현재 30여곳으로 줄었다. 이 일대에 불고 있는 재개발 바람도 서점주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서점가가 점점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책방 골목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고 상권을 살려보려는 노력들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로고가 보수동 책방골목에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아날로그적 공간과 디지털 시대를 대표하는 문물이 만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틱톡은 4일부터 6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월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 @부산'의 연계 프로젝트로 보수동 책방골목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내년 1월까지 3개월 동안 이 곳에서 숏폼 체험존, 포토존, 유명 작가 사인회, 로컬 크리에이터와 독서 모임, 보수동 책방 골목에서 사용 가능한 상품권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이번 행사 기간 동안 부산을 찾는 많은 크리에이터들도 보수동 책방 골목을 찾을 예정이다.
정재훈 틱톡 코리아 운영 총괄은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수동 책방 골목은 굉장히 역사성이 있는 곳인데, 디지털의 발달에 의해 독서 인구가 많이 줄고 골목에 있는 일부 책방들이 문을 닫게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 총괄은 "상인회, 부산시와 함께 어떻게 하면 이 골목을 살릴 수 있을까 논의했고, 3개월간 팝업스토어를 열게 됐다"며 "단순히 팝업을 여는게 아니라 이번에 오는 크리에이터 분들을 방문시켜서 전 세계에 알리고 독서 모임, 작가 사인회 등도 계속 열게 된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생태계 속에서 숏폼 영상과 책은 대체재인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숏폼이 사람들의 독서 욕구를 자극해 출판 시장과 서점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틱톡은 플랫폼 내에서 독서를 장려하고 도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틱톡의 대표 해시태그이자 책 추천 커뮤니티인 '북톡(#BookTok)'이 대표적인 사례다.
틱톡은 지난 2020년부터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서평이나 독후감, 글쓰기 팁, 인기 소설 줄거리 재현 등 책과 관련한 이상을 공유하는 북톡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10월 말 기준 북톡의 해시태그 수는 1913억회를 기록하며 전 세계 독서 문화 정착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도서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다른 사람들의 독서 습관을 알아보기 위해 틱톡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출판협회(PA)가 지난해 10월 16~25세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59%가 북톡으로 인해 독서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또 55%는 북톡에서 책 추천을 받길 원하고, 48%는 북톡에서 본 책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북톡 챌린지를 통해 출간된지 오래됐거나 그간 조명받지 못한 책들이 다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틱톡에 따르면 미국 작가 애덤 실베라의 2017년 출간작 '두 사람 다 죽는다'는 북톡을 통해 조명받기 시작해 지난 4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16년 출간된 콜린 후버 작가의 '우리가 끝이야'는 지난해 북톡에 공유되면서 400만부 이상 판매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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