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가격경쟁 승산있죠”…세계서 가장 얇은 구리막 만든다 [르포]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2023. 11. 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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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
첨단설비로 지난달 상업 생산
2공장 완공땐 연산 5만7000t
한국 반값이하 전기료로 날개
중국 저가공세에도 자신감
100% 재생에너지 써 큰 호응
지난달 말 상업 생산을 시작한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에서 직원들이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돌돌 말린 동박 제품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제공=SKC]
“SK넥실리스의 말레이시아 공장은 세계 어느 동박 공장과 비교하더라도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중국업체와의 가격 경쟁에도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지난 1일 방문한 말레이시아 사바주 코타키나발루에 있는 SK넥실리스 공장에서 신동환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법인장이 신공장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축구장 23개 크기에 달하는 16만2700㎡ 규모의 1공장에선 지름 3m인 드럼(제박기) 60여대가 물레방아처럼 천천히 돌고 있었다. 머리카락 30분의 1 두께, 쿠킹포일 약 4분의 1 두께의 얇은 구리막을 70㎞ 길이로 한번에 뽑아낼 수 있다.

말레이시아 공장은 SK넥실리스의 해외 첫 생산기지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SK넥실리스는 저원가를 기반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 증설을 결정하고 최고 수준의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동박은 얇은 구리막으로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감싸는 집전체 역할을 한다. SKC의 동박 전문 자회사인 SK넥실리스는 지난달 23일 말레이시아 1공장에서 첫 출하와 함께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1공장과 쌍둥이 공장으로 운영될 2공장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으로 내년 1분기에 완공될 예정이다.

동박 제조 공정은 크게 원재료인 구리를 녹여 도금액을 제조하는 ‘용해’, 구리 용해액에서 구리 이온을 티타늄 드럼에 전착시켜 동박을 만드는 ‘제박’,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폭으로 동박을 자르는 ‘슬리팅’, 품질 검사와 포장을 거쳐 출하하는 ‘검사·출하’ 공정을 거친다.

이날 동박의 생산 단계에 따라 설비를 둘러봤다. 성인 키의 1.5~2배에 달하는 티타늄 드럼이 구리 용해액 안에서 물레방아처럼 돌자 구리빛으로 번쩍거리는 동박이 만들어졌다. 이 동박은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얇은 두께에도 주름 없이 빳빳하게 나오고 있었다. 동박은 만들어지자마자 수십 ㎞가 곧바로 롤 형태로 감기는 ‘롤 투 롤(Roll to Roll)’ 방식으로 생산됐다.

한 롤에 약 7t에 달하는 동박은 이후 물류 자동화 설비로 옮겨져 보관되다가 슬리팅 공정실로 이동했다. 슬리팅 공정에선 동박을 자르는 동시에 외관의 결함이 없고 두께가 일정한지 등 검사를 동시에 실시한다. 직원들은 기계에 정보를 입력하며 분주하게 동박을 자르고 있었다.

모든 검사가 완료되면 포장된 동박은 고객사에 보내진다. 현장에 있던 SK넥실리스 관계자는 “최근 이렇게 생산된 동박이 지금 대서양을 건너가고 있다”고 밝혔다.

동박 업계에선 제품을 얇고 균일한 두께로 생산하는 것이 핵심 기술력으로 꼽힌다. 동박이 얇을수록 배터리에 다른 활물질을 더 넣을 수 있어 고용량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동박의 길이가 길고 폭이 넓을수록 동박 교체로 발생하는 가동 손실을 최소화해 배터리사의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SK넥실리스는 세계 최초로 머리카락 30분의 1 두께인 4㎛(마이크로미터) 동박을 생산한 바 있다. 길이는 서울에서 천안까지의 거리에 달하는 세계 최장인 77㎞로 뽑아낼 수 있고, 세계 최장 폭인 1452mm까지 생산할 수 있다.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공장개요
지난해 연간 글로벌 동박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 공장의 원가 경쟁력을 통해 1위를 유지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말레이시아 공장의 전력비는 한국 대비 절반 이하이며 다른 동남아 국가와 비교하더라도 70% 수준이다. 통상 동박 제조원가에서 전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달한다. 또 말레이시아의 인건비는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신 법인장은 “지금은 60여개의 동박 업체가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무한 경쟁 시대여서 몸값을 낮추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강조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동박 단일공장”이라며 “대량생산 체제와 함께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초 1·2공장을 합쳐서 연산 5만t 규모로 공장을 설계했는데, 그동안 축적한 생산성 향상 기술을 적용해 5만7000t 규모로 생산능력을 늘렸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공장은 지름이 3m에 이르는 대형 제박기를 도입해 높은 생산성을 확보했다. 지름 2.7m 설비를 갖춘 경쟁사 대비 10% 이상 큰 규모로, 내년 2공장까지 완공되면 총 120여 대의 대형 제박기가 가동된다. 제박기가 클수록 투입 전류가 늘어나며 시간당 생산성이 높아진다.

신 법인장은 “지름 2.7m 설비와 비교하면 지름 3m 제박기 한 대에서 생산할 수 있는 생산성은 20%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은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사전 확보와 전력 장기계약 등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을 목표로 하는 배터리사로부터 큰 호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말레이시아 정부와 SK넥실리스 공장이 위치한 사바주는 회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외국 기업 중 최장기간 법인세를 100% 면제 받는 혜택을 확보했다. 사바주는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에 전력 최저 요금을 적용해주기로 했다.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은 한 달에 약 80㎿의 전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사바주 전체 전력 사용량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이차전지용 동박 수요는 지난해 36만t에서 2025년 84만t, 2030년 207만t으로 늘어 연평균 약 27% 성장할 전망이다.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 공장에 이어 폴란드에서 상업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2025년부터는 한국, 말레이시아, 폴란드에서 연산 16만6000t의 생산능력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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